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Chive Dec 07. 2024

아마도 너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은...

   무인도에 하나만 들고 가야 한다면 뭘 들고 갈거냐고 너가 나에게 물었다. 그때 난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느라 잠시 대답을 지체했다. 너가 나를 떠났을 때, 나는 그 지체된 나의 대답이 너가 떠난 이유 중의 하나일거라 추측했다. 이별은 내게 관계의 법칙 하나를 알려주었다. 일어나지도 않을 무인도의 일 때문에 지금을 그르치지 않아야 한다는 뼈아픈 자각.


   중요한 인생의 질문일수록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많지만, 정작 생각해보면 중요한 질문일수록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튀어나오는 대답이야말로 정답에 가까운 대답일 경우가 많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세 번이나 말해야 들어준다는 말도 이런 연유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싶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에 소원을 세 번 제대로 말하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별똥별이 소원을 들어주려면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재빨리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서부 영화의 총잡이들처럼 언제라도 꺼내 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된 소원이 가슴 속에 장전돼 있어야 한다. 아주 짧고 명료하고 간결하게!


   오늘은 그녀가 무인도에 무엇을 가져갈 거냐고 내게 물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 살아남으면 뭐하겠나 싶었다.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척도 윌슨을 만들어 혼자인 시간을 버티지 않던가. 과거의 일이나 미래의 일이 현재를 간섭하게 두면 안 된다. 나는 일 초의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