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써보는 악기 추천 1편.
나는 음악이 좋다. 운이 좋게도 음악을 사랑하는 가족을 만났고 아버지는 통기타, 어머니와 동생은 피아노, 이모는 플루트, 삼촌은 드럼, 외숙모는 첼로, 사촌동생 중 하나는 클라리넷을 취미로 배웠고, 사촌 누나들은 고등학교 밴드를 거쳐 지금도 직장인 밴드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다. 꽤나 시간이 지났으니 어느 정도 다들 '좀 친다' 평을 받고 있다. 주변이 이렇다 보니, 유일하게 나만 아무것도 안 하면 가족모임 때 늘 뭔가 소외당하는 것 같고, 심히 어색하여 여러 가지 악기를 재미로 만져보고, 여러 음악학원을 겪어봤다. 내가 느꼈던 인상과, 돌고 돌아 취미생으로서 일렉기타에 자리를 잡은 현실적인 이유를 재미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음악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뭣도 모르고 쓴 글로... 매우 매우 주관적인 글이니 지나가는 전공샘들의 넓은 아량과 이해 부탁드린다. 맞다... 뭐든 자기가 배우는 악기가 최고다!)
2023년 통계청 자료 기준, 우리나라에 피아노 학원은 1,133 곳으로, 4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13% 감소한 수가 1,133 곳, 피아노 학원들이 점점 없어지는 추세니까 이전에는 더더욱 많았을 것이고 이 감소치가 다른 실용음악(건반)학원이나 당근 같은 곳에 개인과외로 올리는 분들로 전환됐을 거라고 추측을 해보면 여전히 악기 교육 접근성 1위 악기는 당연히 피아노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 나 역시 동생과 함께 피아노 학원에 다녔지만 나는 단군신화의 호랑이마냥 100일을 못 채우고 도망갔고, 동생은 살아남아 약 20년의 세월 동안 피아노와 동반자로 살고 있다.
피아노의 특징은 앞서 말한 접근성과 더불어 뒤에 나올 악기들에 비해 소리를 내기가 쉽다. 말 그대로 악보대로 누르기만 하면 끝이다. 다만, 문제는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페달을 사용하고 양손이 따로 놀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내 손이 내 손 같지가 않아' 병이 생긴다. 어릴 적에 많이 하는 한 손에는 삼각형, 한 손에는 사각형 그리기 혹은 양손으로 가위바위보 할 때 오른손만 이기게 하기 등 머리에 좋다는 게임들을 몇 시간 동안 해야 하는 악기가 피아노다. 왼손에는 코드와 리듬, 오른손으로는 멜로디, 눈으로는 악보. 말이 쉽지 장기간 동안 손과 머리의 분리불안 증세가 계속되다 보면 피로가 쌓인다. 시간이 갈수록 고된 악기가 피아노다.
피아노의 장점:
- 입문하기 제일 쉽다.
- 표현할 수 있는 음이 기타 등 다른 악기들에 비해 많기 때문에 다양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 작곡을 배우든, 장르가 바뀌든 피아노 하나만 잘 배우면 음악 관련 다른 분야를 배울 때 많은 부분이 처음부터 해결되게 도와주는 만능 악기다.
(★내 생각에 이게 아래 단점을 다 커버할 수 있는 어마무시한 장점이다.)
피아노의 단점:
-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지간히 잘 치지 않으면 잘 친다는 소리 듣기 어렵다.
- 코드표를 시작으로 음악 이론적 부분을 많이 건드리기 때문에 공부할 것도 많다
- 집에 업라이트 피아노 한 대, 비싼데? 업라이트여도 기본적인 크기라는게 있는데 어디다 놓지?
전자 키보드로 보완 가능하긴 한데... 흠...
- 집주인 할머니께서 매우 싫어하신다. (층간소음)
- 개인적인 인상으로 우리 가족 중 제일 성실한 두 사람(어머니, 동생)만이 정착에 성공했다. 꾸준함과
인내가 가장 필요한 악기다.
- 애초에 난도가 높은 악기가 맞다.
개인적 별점: ★★ (내가 진짜 성실의 아이콘인 분들만, 끝까지 가면 피아노가 무조건 갑임)
피아노 다음으로 접근성이 가장 좋은 악기를 찾아보자고 하면, 그다음으로 손 들 악기는 기타다. 이유는 일단 가격이다. 다른 악기에 비해 입문용이 저렴하다. 그렇다 보니 쉽게 사고 쉽게 사람들이 방치하게 된다. 혹시 집에 미래의 락스타, 미래의 정성화를 꿈꾸며 본인/부모님/형/누나가 배우겠다고 사놓고 인테리어용으로 그냥 모시고만 있는 기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악기가 있다면 당장 악기점에서 제대로 진단받고 세팅만 하면 바로 쓸 수 있는 악기가 된다. 이 경우 악기비용은 아무리 오래된 기타라도 10만 원 안쪽이다. 심지어 피아노 보다 휴대성도 좋다.
또한 코드를 몇 개만 익히면 바로 곡 하나를 연주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아버지를 비롯하여 간혹 기타를 독학으로 배웠다는 사람도 심심찮게 보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독학은 추천하지 않는다. 나도 처음 6개월 정도는 책과 유튜브로 독학을 했는데, 학원을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애매하게 익혀서 기본적인 자세나 손 모양이 어그러진 채로 습관이 굳으면 고치는 것이 더 어렵다.)
이 친구도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이렇게 쉽게 입문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초보자들의 첫 번째 고비라는 죽음의 F코드를 시작으로 손가락과 손목에 부담이 가는 연주를 해야 하고, 이 친구도 피아노만큼은 아니지만 멜로디, 화성, 리듬을 다 연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할 것이 많다.
기타의 장점:
- 입문하기 쉽다 NO. 2.
- 휴대성도 나쁘지 않다
- (일렉기타의 경우) 층간소음 문제없이 새벽이든 밤이든 연습이 가능하다
(★내가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
기타의 단점:
- 만성적인 손목, 손가락 통증 (F코드는 시작에 불과하다)
- 소리가 나는 것 같지만 소리가 절대 나지 않는 시간을 버텨야 한다.
- (통기타/클래식 기타의 경우) 얘도 집주인 할머니가 싫어하신다.
(사운드 홀이라는 장비를 쓰면 어느 정도 상쇄가 되지만, 어느 정도 소리가 나기 때문에 헤드셋을
끼고 아예 소리가 없어지는 일렉과 비교하면 층간소음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없다)
- (일렉기타의 경우) 솔로 악기로서의 존재감이 크다. 즉... 아마추어 무대라도 밴드무대에 서는 순간
보컬 다음으로 부담감을 느낄 자리다.
-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지간히 잘 치지 않으면 잘 친다는 소리 듣기 어렵다.
- 얘도 비교적 공부해야 할 부분이 꽤 많다.
개인적 별점: ★★★★(통, 클래식) // ★★★★★(일렉)
드럼의 최고 장점은 스트레스 해소다. 스트레스 해소에 이거만한 악기가 없다. 장시간으로 치면 영화 「위플래쉬」에 나오는 앤드류처럼 땀이 쫙 올라오면서 느끼는 묘한 시원함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삼촌 포함 내가 만난 타악기 계열 연주자들은 대부분 성격이 유쾌하고 활동적인 사람이 많은 편이다. 술집 같은 곳에서 책상 두드리면서 박자 타거나 취하면 젓가락으로(이것도 스틱이니...) 물컵 두드리면서 박자 타는 사람들... 이미 드러머이거나 드러머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악기 또한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생각보다 가정용 드럼세트는 비싸지가 않고, 층간소음 문제로 입문자 때부터 드럼 배운다고 집에 드럼세트를 집에 들여놓는 분은 드물기에) 드럼스틱과 드럼이 있는 실용음악학원에 들어갈 레슨비 정도면 된다. 요즘은 지방 같은 경우 동사무소나,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하는 그룹레슨도 있다. 생각보다 많이 안 비싸다. 기타로 처음에 코드 몇 개로 가능한 곡이 있듯, 드럼도 기본 비트만 가지고도 칠 수 있는 곡이 엄청나다.
드럼에도 역시 모든 악기가 그렇듯 고충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 몸의 신경은 다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손과 발을 따로 움직여야 스네어, 킥, 하이햇, 탐을 각자의 타이밍에 칠 수 있는데 우리의 몸뚱이는 안타깝게도 하체와 상체가 연결되어 있는지라 이게 참 힘들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럼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멜로디 연주가 불가능해서 밴드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실전에서 활용성이 좀 떨어진다는 것도 부가적으로 추가가 되겠다.
드럼의 장점:
- 스트레스 해소 goat(★★)
- 박자 감각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간다. 리듬게임 고수가 될 수 있다.
- 생각보다 연습용 악기 비용이 많이 내려왔다.
드럼의 단점:
- 층간소음 goat (얘는 진짜 무슨 짓을 해도, 전자 드럼이라고 해도 소리를 제대로 잡기가 까다롭다. 드럼이라는 악기 자체가 흥이 나면 나도 모르게 세게 때리고 싶어 진다)
- 상체와 하체의 인지부조화
- 혼자서는 활용성이 떨어짐. 기타든 피아노든 뭔가가 더 필요함
개인적 별점: ★★★ / (본인이 운동신경이 꽤 좋은 편일 경우) ★★★★ /(운동신경도 있고, 같이 밴드를 결성해 줄 친구가 있는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