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써보는 악기 추천 2.
* 취미로 악기를 하고 싶다고(1)과 이어집니다.
베이스는 참 알면 알수록 묘한 매력이 있는 악기다.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지만(베이시스트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놀림이니 꼭 입조심하자! 비슷한 놀림으로는 '너 친거야 지금?', '이 기타는 왜 줄이 4개밖에 없어?' 등이 있다.), 막상 음악에서 베이스가 없어지면 음악에 큰 구멍이 생기고 심지어 지저분하게 들리는 일까지도 종종 생긴다. 이 친구가 없으면 리듬악기와 멜로디 악기가 두서없이 섞이기 때문이다. 뭐랄까... 음악을 공부하지 않은 나는 이 악기를 '리듬악기와 멜로디 악기를 연결해 주는 아주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생각을 한다. 이러한 특징이 있어서 베이스의 유무는 코드톤과 장르에 직결되기도 하는듯하다. 이 친구가 같은 음을 치더라도 어느 프랫에서 어떤 리듬으로 치냐에 따라 곡은 정말 많이 변한다.
아무튼, 이런 묘한 악기이다 보니 음악을 매우 사랑하거나, 혹은 기타를 배우는 취미생들이 음악을 하다가 옆에 있는 네 줄 기타가 만만해 보인다는 이유로(이 말도 베이시스트 앞에서는 삼가자.) 베이스의 세계에 입문을 하곤 한다.
베이스는 이름 그대로 특유의 저음이 매력적이다. 기타가 코드를 풀로 칠 때 이 친구는 근음 하나만 치면 된다. 밴드에서 꼭 필요한 포지션인데, 제대로 치는 베이시스트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직장인 밴드 취직(?)이 일렉기타에 비해 용이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일렉기타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장점인 층간소음이 없다는 점도 큰 매력 포인트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친구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할 때 생기는 병이 몇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근음셔틀 재미없어 병'이 있다. 방금 말한 '기타가 코드를 풀로 칠 때 이 친구는 근음 하나만 치면 된다.'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해석 될 것이다. '재미없네....' 라고. 실제로 피아노를 20년 정도 치던 내 동생은 이 병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피아노의 세계로 돌아가버렸다. 나 역시도 베이스를 서너달 정도 만지작거리다가, '이럴거면 기타를 치지...'하면서 돌아간 사람 중에 하나다. 베이스를 치려거든 꼭 밴드에 들어가라고 많은 이들이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매우 크다. 실제로 내 주변에 아직도 살아남아 베이스를 치고 있는 사람은 대학교 때 밴드부 활동을 열심히 하던 사촌 누나 1명 밖에 없다.
또한 베이스의 진짜 묘미는 사실 이 '근음셔틀 재미없어 병'을 극복한 이후인데 여기서부터 또 고난이다. 이제 슬슬 쉬운 노래랑 맞춰보면서 몇 번 해보니 할 만한데 싶다가, 이 쉬운 베이스 노래들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순간 슬라이드, 필인, 슬랩 등등 이상한 주법이 나오면서 갑자기 난도가 확 어려워진다. 일렉처럼 베이스 솔로도 심심찮게 쳐야하는 상황도 나온다. 그렇다, 이 악기는 중간이 없다. 이때부터 수많은 취미생 베이시스트들은 '왜 나는 그 소리가 안나?' 병에 걸린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부분이 슬랩인데, 뜯고 때리고 이게 뭐 어렵냐 하겠지만, 절대 우리가 유튜브에서 보고 듣는 그 깔끔한 소리와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베이스의 경우 내가 소리를 내는 그 줄 이외는 반드시 뮤트를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미션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사운드들을 깨끗하게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베이스 기타의 장점:
- 입문만 놓고 본다면 가장 쉽다. 그리고 입문만으로도 반주만 놓고 보면 못 칠 곡은 이론상으론 없다 (★★★★★)
- 초보수준만 넘겨도 밴드 취업이 용이하다.
- 일렉기타와 마찬가지로 층간소음 걱정이 없다.
베이스 기타의 단점:
- 처음에는 솔직히 재미없다.
- 솔직히 말해서 같이 합주해줄 밴드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 초보 수준을 넘기는 순간 난도가 확 올라간다.
- 주변에서 '선 소수자', '4줄 기타' 등 놀림의 대상이 될 때도 있다.
개인적 별점: ★★★★ // (같이 할 밴드가 있는 경우) ★x100, 개인적으로 최고의 악기임. 심지어 본인이 노래도 좀 친다면 서브 보컬은 나의 자리일 확률이 매우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