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편, 페이스 메이킹 첫번째
'공무원 필기시험, 필기편 1. 선택과목'은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시면 좋겠다 싶어서 일단 올려놨던 것이고, 여기서부터가 본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단은 구성을 조금 복잡하지만 3가지로 구성을 해서 올리려고 합니다. 그래야 조금 더 입체적으로 '공무원 필기시험'을 느끼실 수 있겠다 싶어서 그러니, 조금 복잡하셔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1. 필기편, 페이스 메이킹 - 2달씩 끊어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2. 필기편, 공부 방법 - 공부법 전반에 대해서 이제껏 받은 Q&A를 다룹니다.
(준비운동 2. Q&A에서 다룬 이야기들도 여기서 좀 더 자세히 하나씩 다룹니다.)
3. 필기편, 과목별 공부 - 한 과목씩 자세하게 다룹니다. 가장 많이 보시는 국-영-史-행학-행법-사회를 다루고, 여력이 된다면 다른 과목들도 다루려고 합니다.
오늘은 7~8월 지금 여러분이 진행 중인 달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사실 좀 늦은 감이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지금이라도 몇 자 적어봅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라 할 순 없지만, 대부분 수험가의 학원 시간표와 취재에 응해준 9급/7급 합격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정리했습니다. 또한 행정법, 행정학, 사회... 기타 등등의 선택과목을 제외하고 쓰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기본과목과 선택과목 둘 다 기본적인 흐름이 같고, 디테일한 부분은 '3. 필기편 과목별 공부' 편에서 다루는 것이 더 정리가 깔끔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뜬금없지만, 2002 월드컵 얘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남정네 치고는 축구를 안 좋아하지만, 워낙에 2002 월드컵은 한국 축구사에 기록될 만한 월드컵이다 보니, 친구들이랑 어느 날에는 2002 월드컵 특집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몰랐는데,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은 것은 2000년부터 더군요. 한국 대표팀의 첫 훈련 내용은 '패스 훈련', '포지션별 임무훈련', '웨이트 트레이닝 및 하루 100회 이상의 20m 왕복 달리기'였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초 중에 기초'였던 거죠. 당장 2년 뒤에 월드컵 뛸 선수들의 훈련내용이 이랬다는 것을 보면서 확실히 히딩크 감독이 명장은 명장이었구나 싶은 생각과, 기본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감독은 알았던 거죠. 기본이 안 돼있으면 뭘 해도 안된다는 것을.
다수의 합격수기를 읽다보면 아시겠지만, 기본서와 기본강의는 정말 중요하다 못해 이게 공무원 시험의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고로, 이 시기에는 그것만 집중한다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지금부터 쓸 내용은 기본서와 기본강의를 스케줄에 맞게 읽고 들으신다는 가정 하에 덧붙여서 할 일들입니다.
<국어> *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나누는 것처럼 저도 문법/비문학/문학으로 나눠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문법 PART는 강의를 통해 이해할 부분은 이해해야 합니다. 한글 맞춤법이나 표준 발음법 등 어문규정에 대한 부분도 분명히 이해해야 할 부분과 단순 암기인 부분이 나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인강을 통해 이해해야 할 부분은 거의 머릿속에 세뇌(?) 수준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시간 상 이 기간이 문학 PART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시간이 지금입니다. 저야 3년 했던 장수생이고, 국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환경(제 학원 옆자리가 국어 선생님)이어서 2년 동안 짬날 때마다 문학/비문학 모의고사 자료를 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어난 케이스지만, 단기 합격하신 분들의 말에 따르면 나중 가서 문학에서 꼭 1~2개가 나가는 게 크게 작용한다고 하는데, 그걸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이 시간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9월~10월이 되면 기본강의를 바탕으로 심화 강의를 들어야 하니 시간이 안 난다고 하더군요. 그 뒤에는 암기와 모의고사 시즌이니 더더욱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없어질 거고요.
문학적 소양이 좀 본인 생각에 부족하다 싶은 분들은 꼭 보충을 하셔야 할 듯합니다. 왜냐하면 이번 2018년 9급 문제들을 보면 국가직/지방직 모두 문학/비문학 파트 둘 다 지문도 길어지고 무언가 '강화'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인강 선생님들도 인정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하긴, 지금 문법에서 더 이상 어렵게 나올 게 없기도 하죠.) 이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지금 문학을 공부하시는 것은 신의 한 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유 있을 때 남들 못 쓰는 무기 하나 더 만든다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어>
영어의 모든 기본은 문법과 단어입니다. 사실 수능을 보던 때에도, 토익을 보던 때에도 우리는 단어는 비교적 꼼꼼한, 아니 거의 집착에 가까운 교육을 받았습니다만 문법에는 소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고로 수험생 대부분이 영어 과목을 못 하시는 것이 어느 정도는 당연합니다. 학원 강사였던 때를 떠올려보면 다들 독해해라. 단어 외워라. 소리를 많이 해도 문법에 대해 강조하는 학교, 학원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쪽 공부를 시키려고 하면, 원장님/학부모님들이 시험에도 안 나오는 걸 왜 가르치냐고, 애 내신 성적 떨어지면 책임질 거냐고 압박하십니다.(경험담) 안타까운 현실이죠. 정말 중요한 건데 문법) 그런데, 단순 문법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독해 문제의 구조 파악을 위해서라도, 문법 공부는 반드시 우선되어야 합니다. 문法이니까요. 문장의 설계도면 같은 존재니까요.
대부분의 강사님들이 문법 강의를 7월/8월에 개강하고 있으니, 본인에게 잘 맞는 강의를 선택해서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강의만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독하며 문제에 적용하는 연습도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한국사>
이 시점에 국사에서 해야 할 일은 심플합니다. 기본강의를 충실히 듣는 것.
이 시점에는 모든 내용을 암기하기보다는 시대의 흐름과 큼직한 사건 정도만 암기하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는 과목 특성상 내용이 매우 많다 보니 7월~8월에 기본강의만 소화하셔도 굉장히 잘하신 겁니다.
7월~8월에 전 과목 기본강의를 수강하게 되면, 강의를 듣다가 하루가 다 가버려 복습을 언제 해야 하는 건지,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감이 안 오는 거가 당연합니다. 저 또한 초시생 때 고민을 했었고, 시행착오를 조금 겪었습니다.
그 결과 알게 된 것은 7월~8월에 하는 복습은 '강의를 되새겨보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처음 들은 강의 내용을 그날 바로 전부 다 외우고 다음 회독 때까지 기억하는 것, 알파고가 아닌 이상 불가능할 겁니다. 따라서 이것이 잘 되지 않는다 하여 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도 유행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백지 복습법이라는 것이 있긴 한데(아마 강성태 형님의 방송이 영향이지 않을까 싶네요.), 공부가 몸에 배어 있는 분들이 아니면, 지금 단계에서는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효과는 좋지만 자괴감이 상당할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7월/8월(1회독)의 이상적인 복습 방법은 이해를 위주로 강의 내용을 떠올리며 차분히 기본서를 읽는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수록 좋습니다. 아는 것이 많다는 증거니까요. 특히, 인강 시간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그 시간을 넘는다는 것은 그 이상 시간을 들여도 어차피 모른다는 뜻이니까요. 여러분이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1회독이 안 끝나서 일수도 있습니다. 쿨하게 넘기다 보면 뒤에서 실마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선생님들께서 반드시 외워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 제외하고, 쿨하게 넘겨주세요.
그 이상으로 욕심을 부린다면 회독의 속도가 늦어지고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점점 늦어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내용을 세세하게 암기할 수 있는 시점은 1회독 때가 아닙니다. 어느 내용이 어느 지점에 있고 이 부분에서는 뭐가 핵심인지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하여, 책 한 권을 회독하는 데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인 시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모든 과목이 암기과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공무원 시험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외워버리자는 태도는 분명 좋지 않습니다. '수험 완벽주의병'라고 어떤 선생님은 그러시던데, 딱 맞는 말입니다. 이해는 갑니다. 인생 걸린 시험이니까요. 근데 명심 또 명심할 것이 있습니다. '7월+8월=기초공사'이고, 이 공사가 견고하지 않으면 1년 공시 준비라는 공든 탑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제 시간에 기초공사가 끝나지 않는 것입니다.
공시의 시작부터 시험이 끝나는 그날까지 해야 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한자와 영어단어입니다. 사실 이런 질문 많이 받았습니다. '한자와 영어단어는 뭐 공식도 없고, 범위도 넓은데 언제 공부해야 하나요? 아니 애초에 공부를 해야 하나요? 공부한 거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초시생 때, 합격한 선배에게 저도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고요. 그 누나는 좀 애매한 표정으로 "하긴 해야지... 근데 솔직히 내가 그걸 공부를 했다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어."라는 듣는 이로 하여금 심히 짜증이 나게 하는 대답을 했습니다. 근데 지금 제가 대답을 한다면 그 누나와 똑같이 대답할 것 같습니다. 근데 조금 친절하게 대답을 하라 한다면 "하기는 해야 하는데, 너무 열심히는 하지 마세요, 근데 꾸.준.히. 하세요."라고 답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문제가 나오면 응시생이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눠지기 때문입니다.
1. 아는 단어(한자)다, 아싸! - 대박
2. 모르는 거긴 한데, 보기를 보니 이거랑 저거는 아니고, 문맥(한문-글자 모양)을 보니 이게 맞는 거 같아 - 중박
3. 젠장, 답을 못 찾겠다. 일단 넘어가자 - 쪽박
즉, 운의 영역도 좀 많이 적용되는 영역이긴 한데, 무시하기에는 문제 수가 좀 되고, 배점마저 높은 기본과목 문제라 버릴 수는 없는 영역이기에 위와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듯이 2회독이 시작되고, 기출 강의가 시작된 이후에는 영어단어와 한자만을 위해 강의를 듣고 시간을 낼 수 있는 심적 여유가 없습니다. 본격적으로 암기하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몇 문제가 어디에서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한자나 영어단어보다는 비교적 범위가 정해져 있는 문법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 모든 수험생들의 특징입니다. 그게 옳은 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합격을 위해서는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반드시 여유가 있는 7월~8월부터 한자와 영어단어 공부를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많이도 필요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따로 낸 시간은 기출 위주로 하루 한자 30분/ 영어 단어 30분 해서 1시간 정도를 투자했던 것 같습니다. 대신 주말이고 뭐고 그런 거는 없었습니다. 명절 때도 다른 거는 몰라도 이거는 가지고 다녔습니다. (제일 갖고 다니면서 친척들 눈치 안 보고 공부하기 쉬움.)
한자 강의는 저같이 너무 기초가 없으신 분들은 강의를 들으시면 탄력을 받으실 거고, 영어단어는 본인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서 일정 부분을 정해두고 매일매일 암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7월-8월의 공부법은 여기까지입니다. 요약하자면 기본에 충실하고, 복습은 이해를 위주로 하며 남은 시간은 영어단어와 한자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7~8월이 가장 열심히는 하는데, 가장 걱정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많아서 막상 공부는 제일 덜 하게 되는 달이기도 합니다. 근데 오늘 말씀드린 '기본'에만 충실하게 하여 제가 말씀드린 목표를 5과목 모두 성취를 하신다면, 성공하신 겁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이 보이는 거, 압니다. 뭔가 하긴 했는데 완벽하진 않은 느낌이 드는 것, 당연합니다. 조급해하지 마시고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을 가지시고, 지금 그 뭐 하나라도 더 알려고 하는 초심을 내년 4~6월까지 유지하신다면, 여러분은 분명 합격하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