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이야기
애데렐라인 나도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
꼭 가보고 싶었다.
등교시키고 왕복 3시간 거리를 굳이 가야 하는지?
가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며칠 동안 곰곰 생각했다.
아무리 쥐어짜도 딱히 이유는 없었지만,
학기 초에 포기한 2025 문구페어를 생각하니
도서전까지 안 가면 후회로 남을 것 같아 도전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시간 약속만 잘 지킬 뿐
분단위로 계획하며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살림과 육아를 동시에 잘하려고 애쓰다 보니 시간을 쪼개 계획하는 능력이 생겼다.
늦어도 하교 20분 전에는 도착할 수 있도록 촘촘하게 계획했다.
쪼개고 쪼갠 시간 안에도 다 보고 올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갔다 올 수 있었다는 것, 하교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는 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그렇게 가서 책 한 권도 못 사고 온 것이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뭐가 억울했을까? 그냥 책 하나 사고 싶었던 거겠지)
그래서 ‘민음사 2025 서울국제도서전 상상독서단
블라인드 북’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하며
살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다 장바구니에 품절이 떠 마음이 급해진 나는
마음속 2순위를 후다닥 주문하고 말았다.
어떤 책이 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오매불망
배송 시작 문자만 기다렸다.
며칠 뒤 이른 아침에 상세주소를 확인해 달라는
택배기사님의 문자를 받았다.
신종 스팸인가 싶어서 다시 눈을 감았는데
바로 전화가 울렸다. 진짜 택배기사님이었네?
주문서를 확인해 보니 상세주소는 물론이며
배송지가 예전 집 동네로 적혀있었다.
반품이냐 vs 재배송비 오천 원이냐 잠깐 고민하다가
기다리기도 싫고, 배송비도 아까워
택배 분류센터에 직접 가지러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먼 분류센터…
기대하고 기다렸던 책을 찾은 나는
차에 앉아 포장지를 박박 뜯었다.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제목 [주소 이야기]
“어머 이게 뭐지, 운명인가? 잘못 적은 주소 때문에
기사님이 보내주신 주소를 따라 이 아침에
한 시간을 달려 책을 찾아왔는데, 책 제목에 주소라는 단어가 있다니! 내용은 모르지만 표지도 마음에 들고! 제목도 마음에 들고! 이것은 오늘부터 내 운명의 책이다. “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기본배송지 수정 후 기사님께
택배 잘 찾아가겠다 감사 문자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병렬 독서에 또 한 권 밀어 넣어 읽고 있다.
쉬운 책이겠거니 하며 펼쳤는데 역사, 정치, 계급사회 등 읽을거리가 많았다.
간단한 예로? 지번 주소에서 도로명 주소로 바꾸게 이유. 일제 잔재였고 그것의 청산과 국제 표준화 등의 이유로 도로명 주소를 쓴다는 것. 이런 거.
이 책에 잠시 언급되는 조르주 페렉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일상의 작은 것들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 같아서 신나게 읽어 내려갔다.
평소 주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순히 우편물, 택배를 받기 위한 위치 정도로 인지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가 머무는 공간’ ‘소속감’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주소가 없다면…’을 생각하다가 끔찍해서 그만두었다.
시간 내서 읽어볼 만한 책이니 시간 내어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