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지기 친구와 단 둘이 독서모임

북적북적

by 김겨울


24년 지기 친구와의 북적북적 독서모임을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기차에 올랐다.​


다섯 시간 뒤에는 엄마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기에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밥을 먹고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공부 시작하기 전에 책상 정리하듯

우리는 독서 노트 꾸미기부터 시작했다.

영어 알파벳뿐인 스티커였지만

각자 쓰고 싶은 문장을 만들어 붙이며

깔깔대며 웃었다.

마흔이 넘었는데 이런 행위가 즐거움의 영역에 있다니


독서 모임 취지에 맞게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해서도

‘짧게’ 이야기 나눴다.


“[홍학의 자리]는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한 번에 다 읽었어.

[오렌지와 빵칼]이라는 책도 그냥 술술 읽히더라.

내가 이런 장르에 도전했다는 것은 새로운 발전이다.

그런데 최근에 쉽게 읽히는 것만 찾다 보니

[스토너] 같은 책은 한 장 넘기기도 힘들더라.

남들은 인생책이라는데 난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간다 “


친구는 [홍학의 자리]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검색해봤다고 한다. 나돈데~~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작가의 섬세하고

살아있는 듯한 인물 묘사에 감동받았고

눈물도 나더라”는 감상평을 쏟아내는 친구를

눈앞에서 보고 있느니 기분이 묘해졌다.


‘오늘 반찬 뭐 하냐, 애들 옷은 왜 분기마다 사야 되는 거지, 학원은 왜 방학할 때 학원비 안 빼줄까’ 이런 이야기 뒤에 책이나 영화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그간 통화로만 해서 이렇게 오글거림이 온몸을 지배할 줄 몰랐다.


사뭇 진지한 우리 모습이 낯설었지만 익숙해질 테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기차 타기 전에 백화점 구경도 해야 했기에

북적북적 노트에는 가슴을 후벼 파는 글귀와

별점을 써 오는 걸로 후딱 정리하고

독서 타임을 끝냈다.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백화점 구경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초췌한 얼굴에 빛을 밝혀 줄

립제품 구경도 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게다가 식사에 디저트까지 친구가 계산했다.

"기차값이 버스보다 비싸잖아. 한쪽에 부담 쏠리면 안 된다.!"


친구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고맙게 먹었다.

다음 만남에는 노트 꾸미기 아이템을

잔뜩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동대구역에서 가까운

대구문학관을 나갔다 오는 일정도 괜찮을 것 같다.


일 년에 두 번 볼까 말까 하는데, 친구가 툭 던진

독서모임 제안은 우리 우정과 삶의 틈을 촘촘하게

채우는 영양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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