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 선 파리의 고서점
요즘 소설만 읽다 보니 현실감 있는 이야기가 읽고 싶었다.
신간 도서 목록을 살펴보다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을 발견했다. <도시와 테이블에 놓인 노트> 다큐멘터리 작가가 쓴 책이었다.
이 책을 '종이 다큐'라고 소개한 것도 마음에 쏙 들었다. 작가의 시선을 거쳐서 그럴까?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소설보다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것은 나의 편견인가? ㅋㅋㅋ
내 블로그 이름은 '순간의 순간'이다. 대단한 서사가 있거나 정보가 있지는 않지만 내 인생의 찰나의 장면들을 모아두는 공간. 책날개에 적힌 ‘결국 좋은 것은 시간이 판단해 줄 것’이라는 한 줄이 당장은 대단한 의미가 없을지언정 내가 기록한 이 순간들이 시간이 흘러 어떤 의미가 될지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도시와 테이블에 놓인 노트>를 읽으며 읽고 싶은 책 목록도 늘어났다.
‘캐나다의 신문사 사회부 기자였던 제레미 머서가 범죄 소설을 썼다가 실제 범인에게 살해 협박을 받고 파리로 도망쳐 노숙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가 파리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다 닿은 곳이 바로 100년 넘은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였다.’ p.72
이 문장을 읽다가 도서관 앱을 열어 제레미 머서의 <시간이 멈춰 선 파리의 고서점>을 검색한 뒤 상호대차 신청을 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파리의 고서점에 빠져버릴 것 같은 몽글몽글한 기대감에 설레었다.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 재밌다.
<시간이 멈춰 선 파리의 고서점>에 나오는 서점 주인 조지는 '세계 여행을 마친 뒤 세계 질서가 바뀌어야 한다고 확신했다'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조지 정도의 치열한 삶을 겪어도 나는 "아~또 가고 싶다"거나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네" 같은 현실을 볼 것 같은데 세계 질서를 운운하다니 대단하단 생각에 고개가 숙여졌다.
조지는 서점에 머무는 손님들에게 자서전을 남기라고도 한다. 조지 역시 찰나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긴다 느꼈다. 그 기록들이 쌓여 역사적인 장소가 되어버린 느낌. 그럼 내 블로그도? ㅋㅋㅋㅋㅋ
두 책을 번갈아가며 읽었는데 묘하게 겹치는 메시지에 신나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을 읽는 맛이 정말 좋았다.
수많은 도시를 수집한 수집가에게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
그리고 그 도시들처럼 나도 내 삶의 작은 순간들을 수집하고 있다. 훗날 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글 속에 잠시 초대받은 기분을 느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