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ke Gained
골프 장비에 관한 글을 쓰면서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내용부터 쓴 이유는 골프에서 드라이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의 두 글을 읽고 매장에 가서 드라이버를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드라이버를 골랐다면 (초보자라면 아마 핑의 max 모델을 골랐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그 지긋지긋한 슬라이스를 고쳐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골프에서, 특히 아마추어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드라이버 샷이기 때문이다! 슬라이스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고 각각의 원인에 따른 해결책이 다르니 그건 나중에 쓰도록 하겠다 (참고로 이거 한가지만 고치면 슬라이스 안녕~ 이라는 유투브는 다 거짓말이다).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골프라는 스포츠가 어떻게 진행되는가 이다. 그냥 냅다 공을 후려쳐 멀리만 보내면 되는 게임이 아니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럼 롱드라이브 챔피언들이 PGA 다 먹었지). 그 안에 엄청나게 복잡한 원리가 숨어 있다. 모두 이해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오늘 소개할 Stroke Gained 라는 개념은 이해하고 넘어갔으면 한다.
우리 인류의 골프 역사를 지배하던 단 한가지 문장은 바로 "Drive for show, putt for dough" 란 문장이다. 드라이버는 그냥 보여주기일 뿐이고 돈벌어 가려면 퍼팅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라운드 당 퍼팅 수가 가장 적은 선수들이 상금랭킹 상위권을 휩쓸고 있어야 한다.
2025년 PGA의 Putts Per Round 랭킹을 살펴보자.
1위는 Harry Hall (일단 들어본적도 없는 선수다)
2위는 Matt Kuchar (70년대 생 이전 분들이라면 아마 들어봤을 선수. 많이 늙었다.)
공동 3위는 Beau Hossler (또 들어본적도 없는 선수)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임성재 선수!
자, 여기 까지만 봐도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Putt for dough라매... Harry Hall 이 누구야 도대체...
이번엔 2025년 PGA 상금랭킹 찾아보자. Putt for dough 라니까.
1위는 Rory McIlroy (예상대로!)
2위는 Scottie Scheffler (역시 예상대로!)
3위는 Justin Thomas (대충 예상대로!)
Harry Hall은 어디 있나 한참 찾아보니... 65위에 있다. 여전히 대단한 선수긴 하지만 Putt for dough는 확실히 아닌것 같다. Matt Kuchar는 133위, Beau Hossler는 101위, 자랑스런 임성재 선수는 17위!
이건 뭐 복잡한 분석도 필요없다. 그냥 Putt for dough는 틀렸다.
그럼 드라이버를 살펴보자. Total Driving이라는 지표를 살펴보자. 이 지표는 드라이버 거리 순위와 드라이버 정확도 순위의 합이다. 즉, 낮을수록 랭킹이 높다는 소리이다. 드라이버가 멀리 정확히 간다는 소리다.
1위는 Taylor Pendrith (읭?)
2위는 Alex Smalley (누구야...)
3위는 Rico Hoey (넌 또 누구야...)
드라이버가 중요하다매... 뭐야 이건... 그럼 드라이버도 퍼팅도 아니고 세컨샷이 제일 중요한가? 세컨샷도 아니니까 굳이 세컨샷 데이터까지 가져오진 않겠다.
드라이버 데이터에서도 상금랭킹 상위권 선수들의 이름을 찾을 수가 없는데 드라이버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 이유는 저 데이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선수들의 드라이버 능력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는 지표라고 해야겠다. 이 때문에 컬럼비아대학교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아이비리그 대학교 맞다) 경영학 교수 이자 열렬한 골퍼였던 Mark Broadie 교수가 Stroke Gained라는 지표를 개발했다.
혹시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OPS+와 같은 지표를 들어봤을 것이다. 각 선수의 능력치를 리그 평균과 비교함과 동시에 각각 다른 모양의 야구장의 영향력을 고려하는 것이다. Stroke Gained도 비슷한 컨셉이다. 각 선수의 샷을 모든 선수들의 평균치와 비교함으로써 각 홀의 난이도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번홀이 450야드 반듯하고 페어웨이가 넓직한 파4홀이라고 해보자. 여기서 드라이버 잘쳐봤자 아무 소용 없다. 어차피 경쟁자들도 다 잘친다. 아마추어 골프로 예를 들자면 어차피 동반자 네명 모두 페어웨이에 올린다. 450야드짜리 홀이기 때문에 PGA 선수들의 경우 대충 150야드정도 세컨샷이 남았을 것이고 150야드 반듯한 홀 페어웨이에서 투온을 못할 선수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Total Driving 지표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다.
2번홀은 580야드짜리 파5 홀이다. 여기에선 드라이버를 300야드이상 보낼 수 있는지가 크게 승패를 가른다. 300야드 이상 보낸자만 투온 시도가 가능하다. PGA 3번 우드 평균 비거리가 270야드 정도 되기 때문이다. 약간 극단적인 예를 들면, 우드 샷이 가능할 정도의 러프에 들어간 320야드짜리 샷이 페어웨이 정중앙에 떨어진 290야드짜리 샷보다 나을 수 있다. 첫번째 샷은 260야드가 남아 상황에 따라 투온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Stroke Gained는 이러한 상황들을 모두 계산한다. 260야드 남은 파5홀 러프에서의 기대스코어, 290야드 남은 파5홀 페어웨이에서의 기대스코어 등을 모두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 Stroke Gained Off-the-Tee 랭킹을 살펴보자! (Off-the-Tee가 드라이버, 정확히는 파4, 5홀 티샷, 능력을 나타낸다).
1위: Rory McIlroy (소름)
2위: Scottie Scheffler (또 소름)
3위: Niklas Norgaard (얘는 뭐지...)
일단 1, 2위는 정확히 맞췄다. Drive for dough 다!
Niklas Norgaard는 좀 미스테리다. 상금랭킹 153위. 아마도 퍼팅이 정말 안좋지 않을까? 살펴보니 예상대로 Stroke Gained Putting이 92위로 리그 평균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참고로 Stroke Gained Putting 상위 세명은,
1위: Sam Burns
2위: Sam Ryder
3위: Jacob Bridgeman
Drive for dough show, putt for dough
이제 명확해졌을 것이라 믿는다. Stroke Gained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정확히 알 필요는 없다 (아마추어레벨에서는 불가능하기도 하고). 하지만 일단 PGA 데이터 상 명확한 것은 드라이버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
슬라이스 고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