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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 Jan 10. 2019

드라마작가를 꿈꾸는 당신

0. 안녕하시지요?

저는 현재 개점휴업 중인 드라마작가, 이유입니다.

제가 지옥 지망생의 길에 들어선 건, 이제는 까마득한 2006년 가을.

오랫동안 유령처럼 여의도 바닥을 헤매다 7년 만인 2013년 겨울, TV 단막극으로 데뷔했습니다.

다음 해 단막극을 한 편 더 방송했고, 미니시리즈 공모에도 당선, 집필 계약까지 했지만

계약기간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삽질만 열심히 하고 편성은 따내지 못해 피를  피 같은 돈 토해내며 계약을 해지한 게 1년 전의 일입니다.


상처 받았습니다.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낙오자가 되었다는 열패감에 괴로웠습니다.

쇼미더머니에서 일찌감치 탈락하곤 특별무대를 빌어 ‘한국 힙합 망해라!’를 외쳤던 마미손처럼,

나도 날 내친 한국 드라마판 따위 망했으면 좋겠다고 저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곧, 잊고 지냈던 공모전 소식을 기웃거리며, 겨우 떼냈던 지망생이란 꼬리표를 스스로 다시 달았습니다.


초조한 마음에 글이 영 안 써지던 어느 날 TV를 틀었는데,

누군가 자신을 '개점휴업 중인 작가'라고 당당하게 소개하는 겁니다.

순간,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도 개점휴업 중이다, 낙오자나 실패자가 아니다,

성공도 실패도 해봤으니, 천천히 준비해서 재개점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됐습니다.


12년 동안의 시행착오들을 돌아보며, 이 경험들을 일기장 밖으로 꺼내놓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드라마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드라마 쓰기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무엇보다 지망생 시절을 (너무) 상처 받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 마음가짐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저는 성공한 작가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실수와 실패의 기억들이 가깝고, 어떻게 상처받고 또 회복하는 지도 선명하니까요.


드라마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는, 작가 입문까지는 경험한 선배로서 소소한 팁들을,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작가들에게는 동료로서 위로와 격려를,

드라마작가라는 직업이 궁금한 독자들에게는 직업론으로써의 정보와 재미를 드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다들 안녕하시지요?

여전히 드라마를 꿈꾸고 있는 저도,

이제 막 드라마를 꿈꾸기 시작한 당신도,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는 걸 잊지 않기로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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