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이 날카로워질 때

2부 - 분노: 신이 없는 시간의 울음

by 엘리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계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벽에 걸린 얇은 초침이
딱,
딱,
딱—
고른 리듬으로
방 안을 찔렀다.


처음엔
그게 소음인지도 몰랐다.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지만 어느 날,
그 초침의 소리가
유난히 뾰족하게 느껴졌다.
귀를 찌르고
숨을 베고
가슴을 눌렀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는데
모두 제자리에 있다는 듯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그 사람 없이도
시계는 돌고
해는 뜨고
택배는 도착하고
이 세상은
너무도 무심하게 굴러갔다.


그 무심함이 미웠다.
아무것도 멈추지 않은 세상이
정상처럼 느껴지는 것이
모욕처럼 느껴졌다.


초침은
마치 내 마음을 겨누는 바늘 같았고
나는 그 리듬에
분노를 눌러 담기 시작했다.


왜 나만 멈춰 있는 건데.
왜 아무도 괴로워하지 않아.
왜 그는 돌아오지 않고
나는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고통을 견디고 있는 건데.


딱,
딱,
딱—


그건
시간이 아니라
증오의 드럼 같았다.


나는 시계를 벽에서 떼어냈다.
건전지를 뺐고
초침을 꺾었다.
그리고 바늘을 조용히 쓰레기통에 던졌다.


하지만
내 안의 시계는
계속 똑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제는 그 소리가
내 심장보다 더 규칙적으로 들린다.


그리고 나는
그 리듬을 미워하면서
하루를 버틴다.


어쩌면 내가 분노하는 대상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계속 돌아가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고백: “나는 아직도 초침 소리만 들으면, 나만 잊힌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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