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시간이 멈춘 이유

1부 - 부정: 아무 일도 없었다는 날의 바람

by 엘리킴


서랍 속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빛에 바랜 가장자리,
중앙에
웃고 있는 그 사람.


그때는 봄이었고
그는 얇은 셔츠를 입고
창가에서 커피를 들고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문득,
거기엔 아무 그림자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진 속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고
지워지지 않았고
늙지도 않았고
떠나지도 않았다.


나는 그 날이 아직도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셔터가 눌리는 그 순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채
거기 멈춰 있다는 상상.


거기엔
아직 그의 체온이 남아 있을까?
나는 사진 뒤에 손을 대며
그 표면의 온도를 느끼려 했다.


사진은 대답하지 않았고
나는 그 침묵을
오히려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여겼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머물고 있다는 뜻일지도 몰라.


그날 이후로 나는
사진 속 장면을 다시 재현하려 했다.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컵을 들고
같은 음악을 틀고
그를 대신해 웃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그 사진에 내가 찍힌 적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혼자 있었고
나는 그를 찍었고
그리고 이제는
그 누구도
그 장면을 다시 찍을 수 없다는 걸,
나는 알아버렸다.


그 사진이 멈춘 건
셔터가 눌려서가 아니라
내가 그 장면을
영원히 멈춰 있기를 바라서였다.


지금도 가끔,
나는 그 사진을 책상 위에 세워두고
그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처럼
가만히 기다린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 웃음은 여전히
멈춘 채 나를 바라본다.






고백: “나는 아직도, 사진 속 웃음을 미래로 끌고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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