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두고 왜 갔느냐

2부 - 분노: 신이 없는 시간의 울음

by 엘리킴


슬퍼할 시간도 없이
너는 떠났다.
말 한마디 없이,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모든 걸 놔두고
그냥 갔다.


나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준비하라는 말조차 듣지 못했다.


그날의 공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너는 평소처럼 나를 불렀고
나는 평소처럼 대답했다.


그게 마지막이라는 말
왜 하지 않았니.


왜,
마지막이 될 거라면
조금은 특별하게 굴지 않았니.
왜 그런 평범한 하루를
끝으로 남겼니.


나는 아직도
네가 쓰던 컵에 물을 채운다.
너 없는 식탁을 차리고
너 없는 집에서 하루를 견딘다.
그러면서도

내가 원했던 건
슬픔도 위로도 아니고
딱 하나였다.


“왜.”
“왜 나를 두고 갔느냐.”


미워하고 싶었다.
정말로.
너를 탓하면
조금은 살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그런데 도무지
너를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
너는 아팠고
나는 몰랐고
너는 조용했고
나는 둔했다.


그래서
너를 미워하는 대신
나를 미워하게 되었다.
내가 듣지 못한 말,
내가 묻지 않은 질문,
내가 외면한 신호들.
그 모든 침묵이
너보다 나를 향해 있었다.


그래도
하루에 한 번씩은 여전히
네게 묻는다.


“왜 나를 두고 갔느냐.”


그리고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는 걸 보며
나는
아직 너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고백: “나는 아직도, 그 질문 하나에 삶이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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