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타협: 어제와 내일 사이의 계약서
처음엔 다 기억하겠다고 했다.
숨소리 하나, 말투 하나,
함께 걷던 길의 냄새까지
단 하나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간은 기억의 가장자리를 깎아낸다.
먼저 사라지는 건 표정이고,
그다음은 목소리고,
마지막엔 말이 사라진다.
나는
너를 전부 기억하는 대신
나에게 필요한 순간만 남기기로 했다.
너의 웃음은 간직하고
너의 고통은 덮는다.
좋았던 말은 외우고
너무 아픈 말은 흐리게 한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타협이었다.
너를 기억하려면
너를 덜어내야 했고
너를 품으려면
너의 일부를 잊어야만 했다.
나는 내 기억 속에서
너를 조금씩 잘라내며
살기 좋은 방식으로
너를 다시 조립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기억은 사랑의 증거”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기억은 사랑이 아니라
남겨진 자의 생존 방식이다.
기억은 거래가 된다.
남긴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의
말 없는 교환.
붙잡고 싶은 감정과
놓아야만 하는 고통 사이에서
조용히 이루어지는 협상.
나는 아직도
너의 마지막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네가 좋아하던 노래는
아직 흥얼거린다.
이건 잊은 게 아니다.
이건 내가 살아가기 위해
기억을 분할한 것이다.
고백: “나는 아직도, 너를 온전히 기억하지 않는 나를 용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