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을 쓰는 연습

3부 - 타협: 어제와 내일 사이의 계약서

by 엘리킴


누군가의 죽음을 겪고 나면
살아 있는 사람은
유언을 쓰는 연습을 하게 된다.


말이 끝나버리는 순간을
상상하지 못했던 나는
그제야 생각했다.
만약 내가 먼저였다면
무엇을 남겼을까.
무엇을 말했어야 했을까.


종이에 한 문장 써보다가
다시 접고, 찢고, 버리고,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지나도
마음에 남는 단어는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 세 마디뿐이었다.


나는 정작
진심을 말하려면
말이 사라진다는 걸 배웠다.


죽은 사람은 말을 하지 않지만
살아 있는 사람도
정말 중요한 말은
미루고, 감추고, 삼킨다.


그래서 유언이란
가장 솔직한 말이 아니라
가장 늦은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유언을 쓰는 연습을 하며
무엇을 남길지보다
누구에게 남길지부터
모르겠다는 걸 깨달았다.


살아 있는 동안
사과도 하지 못했고
사랑도 잘 말하지 못했고
그래서 죽음을 앞두지 않고도
이미 유언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언젠가 죽음이 나를 지나칠 때
내 마음 한 켠에 접힌 쪽지 하나라도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 안에는
너의 이름과,
내가 미처 하지 못한 말,
그리고
“괜찮았어”라는 한 줄이
적혀 있기를.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연습은
삶을 말하는 연습이기도 했다.






고백: “나는 아직도, 살아 있는 날들을 유언처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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