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냄새

4부 - 우울: 낮은 곳에서 피는 그림자

by 엘리킴


다 잊었다고 생각한 어느 날,
그의 냄새가 다시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그건 향수가 아니었다.
바디워시나 로션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 사람의 온도와,
살면서 남긴 공기,
그 모든 게 섞여
하루의 틈을 찢었다.


옷장에서
그가 입던 니트를 꺼내지 않았는데도
손끝에
어깨의 감촉이 되살아났고,


빈방에
그가 들어온 것도 아닌데
기척처럼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당황했고,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
손으로 코를 가렸다.
하지만 냄새는
피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그는
내게 말을 남기지 않았지만
이 냄새는
그의 마지막 문장처럼 남았다.


나는 이제
울지 않지만,
이 향 앞에선
가만히 머물게 된다.


마치 이 냄새가
그와 나 사이의 마지막 손편지인 것처럼.


세월이 지나
사진이 바래고
음성이 흐려지고
생일도 제삿날도
익숙해질 때쯤,


냄새는 여전히
낯설 만큼
선명하게 찾아왔다.


기억이란
지우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덮이는 것이라는 걸
나는 이 향기를 통해 배웠다.


그의 냄새는
이제 내 삶의 냄새가 되었다.






고백: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의 냄새를 내 하루 속에서 조용히 흡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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