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도 묻지 않은 존재들

by 엘리킴


나는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었다.
줄을 서도, 기다려도,
순서라는 건
언제나 내 뒤에 멈췄다.


사람들은 이름을 부르며
누군가를 불렀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 이름 속에 있지 않았다.


나는 다르지 않았지만,
그들이 보기엔 달랐고,
나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미 들은 듯 고개를 돌렸다.


기다리던 문은 내 앞에서 닫히고
내민 손은 허공을 붙잡았다.
거절당한 이유는 없었지만
받아들여질 이유도 없었다.


사람들은 묻지 않는다.
왜 여기에 있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냥, 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 삶은 멀어졌다.


그래서 나는 묻지 않는다.
나에게도.
왜 견디는지,
어디까지 갈 건지,
이게 삶인지,
아니면 삶의 흉내인지.


하지만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고,
기억 속에서 이름 하나를 꺼내어
스스로를 불러낸다.


누구도 묻지 않기에
나는 나를 확인하며 산다.
내가 있다는 걸,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비록 누구도
기억하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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