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사라진 몸, 남겨진 하루
나는 매일 다른 길을 걷는다.
가본 적 없는 골목,
낯선 건물,
닫힌 문 앞에서 내 이름을 되묻는다.
정해진 자리는 없다.
누군가의 빈자리에 앉고
누군가의 목소리 위에
내 말을 겹친다.
시간은 늘 어긋나 있다.
늦게 도착한 공기,
빠르게 사라지는 발자국,
내게는 시작도 끝도
누군가의 정시에 맞춰야 한다.
점심은 그늘에서 먹고,
커피는 자동판매기에서 뽑으며
말을 아껴야 한다는 걸
몸이 먼저 기억한다.
어디서든 잘 지워져야
다음 날 다시 호출된다.
나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기억되지 않아야
불편하지 않은 존재로 여겨지니까.
어느 날은
아무 일정도 없다는 것이
나를 가장 분명하게 만든다.
아무에게도 불리지 않는
이름으로 앉아 있는 동안
나는 나를 다시 목격한다.
하루는 늘 질문으로 시작된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 하지,
누구로 살아야 하지,
그리고
언제쯤 나라는 사람으로
멈출 수 있을까.
누군가의 시간표에 적혀 있다가
지워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나는 내가 만든 하루를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다.
from. 파견직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