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면 안 되는 택배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사라진 몸, 남겨진 하루

by 엘리킴



그가 보낸 것은
도착하지 않아야 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알면서도 하루 종일 기다렸다.


주소는 바뀌지 않았고
수취인은 그대로였지만
받아야 할 마음은
이미 떠나 있었다.


문 앞에 놓인 작은 상자가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이 내 것이었음을
나는 모르는 척 한다.


사람들은 자꾸 묻는다.
언제쯤 도착할까요,
지금 출발했나요,
누가 받았는지 알 수 있나요.


나는 정해진 문장을 반복한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기다림은 기대를 포함하고
기대는 상처를 포함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도착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미련을 접는 법을 배웠다.


그가 보낸 마음은
다시 반송되지 않았다.
어디쯤에서 멈췄는지도 모른 채
나는 그 안부를 추적하지 않는다.


오늘도 누군가가 말한다.
급한 건데요, 꼭 받아야 해요.
나는 화면을 들여다보며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간절함을 대신 응시한다.


그러다 가끔,
내 이름을 입력해 본다.
아무것도 조회되지 않는다.
그건 너무 정확해서
더 아프다.


기다리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는 그걸 알았고
나는 이제야 알게 됐다.











from. 이별 후 고객센터 직원

ChatGPT Image 2025년 7월 23일 오후 09_23_5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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