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말은 먼저 사라진다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by 엘리킴


단어는 내 혀보다
먼저 입술을 떠났다.
어떤 말은 내 안에 오래 있었지만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처음 배운 ‘미안해’는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돌아서버린 등을 붙잡지 못했다.
‘괜찮아요’라는 말은
내 마음을 설명하진 못했다.


사람들은 속도를 먼저 보았다.
발음보다 표정, 문법보다 공기.
나는 틀리지 않으려
무엇도 말하지 않았다.


말은 천천히 배우는 건 줄 알았는데
세상은 느린 것을
가르치지 않는 곳이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문장은
“잘 모르겠어요”였고
가장 자주 들은 대답은
“그럼 다음에 해요”였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가 묻지 않은 말을
조심스레 건넸다.
그건 내가 기억하는 첫 문장이었다.
내가 말을 배웠던 이유였다.


하지만 그날의 말도
언제부턴가 입안에서
모양을 잃어갔다.
익숙해지기 전에 사라지고
가슴에 남기기엔
너무 잠깐 있었던 말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모르는 말들을 마음에 적는다.
발음은 모르지만
뜻은 아는 것처럼.
늦게 배운 말은
누구보다 진심이었지만
늘 먼저 잊힌다.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from. 다문화 가정 아이

ChatGPT Image 2025년 7월 24일 오전 07_42_12.png


이전 26화출근하지 않는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