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말은 소리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입술이 떨리거나
눈이 흔들리거나
가슴이 속삭이면
이미 누군가를 향해
하나의 문장이 완성된다.
하지만 그 문장은
종종 무음으로 끝난다.
지워진 말풍선처럼,
방 안의 공기만 바꾸고
아무도 듣지 못한다.
나는 자주
그런 문장을 쓴다.
소리로 낼 수 없는 마음들,
낼 수 있었지만
꺼내는 순간
무너질 것 같았던 감정들.
누군가는 묻는다.
왜 대답하지 않았냐고.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말 대신
존재를 지키고 있었다.
어떤 날은
눈빛이 말을 대신하고,
어떤 날은
침묵이 외침보다 더 또렷하다.
그런 하루가 쌓이면
나는 목소리 없이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
들리지 않아도
전해질 수 있다면,
이 무음의 말들도
누군가의 가슴에 가 닿을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내 안의 단어들을
지워진 입술로 꺼내본다.
소리를 가지지 못한 말들이
가장 오래
사람 곁에 머무른다.
from. 언어장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