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지 않는 가족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by 엘리킴


오늘도 문은 닫히지 않았다.
열린 채로 방 안을 감시했고
닫히지 않는 마음이
식탁 위 그릇처럼
하루 종일 흔들렸다.


슬리퍼 소리가 멀어지기 전까지
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말보다 숨이 먼저 깨지고
눈치보다 체온이 빨리 식는다.


달력은 아무 표시도 없는데
나는 그날을 알고 있다.
지나간 적 없는 하루,
지난 적 없는 날들이
내 안에서 소리를 낸다.


불 꺼진 거실을 지나며
늘 확인한다.
어떤 공기가 흐르고 있는지,
오늘의 가만함은
진짜 고요한 것인지.


방문을 잠그지 않는다.
그건 무기이기도 하고
신호이기도 하다.
눈을 감지 않고 자는 법을
몸이 익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많은 것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
나는 매일 배운다.


누군가는
내가 너무 조용해서
아무 일도 없는 줄 안다.
하지만 이 조용함은
오래된 싸움의 후유증이다.


나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른 발음으로 읽는다.
조금은 낮게,
조금은 다르게.
누가 부르면
한 박자 늦게 대답한다.
그게 내가

내 목소리를 지키는 방식이다.










from. 가정폭력 피해자

ChatGPT Image 2025년 7월 24일 오전 07_38_55.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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