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방

제1부. 살아남은 자

by 엘리킴


창문은 닫혀 있었고
커튼은 바람 없이 늘어져 있었다
시계는 멈춘 적 없지만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냉장고는 오래 전 꺼졌고
텔레비전은 먼지만 쌓였고
내 발소리조차
이 방에 닿지 않았다


누가 다녀간 적도 없고
누가 올 이유도 없었다
문은 잠기지 않았지만
밖과 안은 서로를 기억하지 않았다


전화는 울리지 않았고
노크도 없었다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대답을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


하루는 정확히 같은 모양으로 지나갔다
식지 않는 밥, 마르지 않는 물
무너질 리 없는 침묵
그것이 이 방의 유일한 진실이었다


내가 무너지지 않는 건
무너질 소리조차 들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방은
나를 증명하지 않았다


소리 없는 방은
누군가의 무덤일 수도
살아남은 자의 감옥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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