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살아남은 자
그날 이후
전화는 울리지 않았다
문은 닫힌 채로 굳어 있었고
배달 상자는 그대로 시들어 갔다
이웃은 내 눈을 피했고
마주친 사람들은
내가 거기 있다는 사실조차
확인하려 들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책상을 비우는 사람만 있었고
누구도 그가 누구였는지
말하지 않았다
편의점 직원은
포인트 적립을 묻지 않았고
택배 기사도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다
나는 매일 거울 앞에 섰고
그들은 매일 나를 지나쳤다
지하철에서 부딪혀도
미안하다는 말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의 담임은
출석부에 새 이름을 적었고
아이의 흔적은 교실 바닥에
먼지처럼 흩어졌다
장례식장에선
향조차 태워지지 않았다
슬픔을 돌려줄 사람은 없었고
눈물을 닦아줄 손은
도착하지 않았다
내가 자란 동네에선
가게 이름이 바뀌었고
우리 집 담장은 헐렸으며
그 자리에 다른 개가 짖었다
누구도 내 안부를 묻지 않았고
누구도 아이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며
누구도 그 날을 기억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여기 있는데
나는 매일 살아 있었는데
나는 단 한 번도 사라진 적 없었는데
아무도
아무도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