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살아남은 자
그릇이 손에서 떨어졌다
도자기 조각이 바닥을 스쳤고
무언가가 내 안에서 끊어졌다
나는 소리 내지 않았다
조용히 무너졌다
그건 아이의 그릇이었다
작은 숟가락이 옆에 놓여 있었고
국물은 천천히 번졌다
바닥은 깨끗했지만
내 눈엔 엉망진창이었다
식탁에 앉아,
물기 맺힌 눈으로
창밖을 봤다
멀리서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햇빛은 따뜻했고
누군가는 옷을 잘 차려입었고
누군가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얼굴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중 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 선명하게
나는 그를 알았다
항상 웃고 있었고
항상 뭔가를 가졌고
항상, 잃은 게 없어 보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추한지를 알게 됐다
그가 잘못한 건 없다
그는 그냥 잘 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매일 부서지고 있었고
그는 매일 번듯했다
나는 그를 미워하지 않으려 했고
질투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사라지고 있었는데
그는 너무 생생해 보였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때
그릇을 깨고,
그를 떠올리고,
내 안에서
딱 한 문장이 올라왔다
아, 저 놈을 죽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