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살아남은 자
그들은
먼저 사라졌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은
그림자가 젖었고
이름들은 하나씩
불리지 않게 되었다
부르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한동안은 밤마다
습기 찬 이불 아래서
나는 이름을 꺼내
입술로 굴렸다
아이의 이름,
아내의 이름,
누군가의 부재가 아니라
모두의 부재였다
불이 꺼진 날
집은 타지 않았고
눈물도 남지 않았다
다만 차가운 무게가
방 안에 눌러 앉아 있었을 뿐
그날 이후
나는 이름을 접고 묻었다
누구도 그것들을 파내려 하지 않았고
나 또한 다시 꺼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흙은 모든 이름을 덮었고
그 흙은 말이 없었다
나는 그저 살아 있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