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살아남은 자
지문은 쓰이지 않았다
출입카드는 효력을 잃었고
카메라엔 내 얼굴이 찍히지 않았다
내 이름은 명부에 없었고
통장엔 움직임이 없었고
병원 기록도 6개월 전에서 멈춰 있었다
누구도 내 안부를 묻지 않았다
내가 떠났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았다
거울은 나를 보여주었지만
그건 빛의 반사일 뿐
증거는 아니었다
내가 누구였는지 말할 사람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있는 지금조차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손을 들어봤다
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발을 구르고, 문을 열어도
방은 아무런 반응도 주지 않았다
존재는 반응으로 증명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 말이 맞다면,
나는 이미 사라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