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살아남은 자
소방차는 오지 않았다
연기 냄새도 나지 않았고
이웃 누구도 창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벽은 무너진 적 없고
지붕은 비를 잘 막았으며
문도 여전히 부드럽게 닫혔다
그날 이후에도
세탁기는 돌아갔고
수도꼭지에선 물이 나왔고
전기요금은 자동이체되었다
아이의 신발은 여전히 문 옆에 있었고
아내의 컵에는
마시다 남은 물이 반쯤 담겨 있었다
사진은 액자 속에 정렬되어 있었고
침대는 매트리스를 그대로 품고 있었으며
어항 속 금붕어는
그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헤엄쳤다
그러니까 집은 타지 않았다
어디에도 화재는 없었다
문제는,
그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이
더 이상 없었다는 것이다
가장 조용한 붕괴는
가장 흔적 없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나는 그 안에서
그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