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웃고 있었다

제2부. 잃지 않은 자

by 엘리킴


그는 웃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누군가는 우산을 잃고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었고
나는 오늘도
조용히 무너지는 중이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커피를 들고,
전화기를 들고,
주머니엔 아무것도 잃은 흔적이 없었다


나는 그를 알지 못했다
그도 나를 알 리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의 웃음이
나를 겨눈 것 같았다


그 웃음은
기뻐서 웃는 얼굴이었고
안심해서 웃는 얼굴이었고
살아 있다는 게 당연한 얼굴이었다


그게 싫었다
그게 나를 흔들었다
그는 웃을 수 있었고
나는 아니었다


나는 집을 잃었고
그는 잃지 않았다
나는 말을 잃었고
그는 웃음을 가졌다


그는 나를 보지 않았고
나는 그를 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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