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비를 맞지 않았다

제2부. 잃지 않은 자

by 엘리킴


비가 오는 날이었다
나는 우산을 쓰지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구두는 젖었고
바지는 허벅지까지 스며들었고
머리는 물을 흘렸다


길 위에 사람들은 서둘렀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차가 와도 멈췄고
신호가 바뀌어도 여유로웠다


나는 그를 멀리서 보았다
그는 우산을 쓰고 있었다
아니,
누군가 그의 위에 우산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의 어깨는 젖지 않았고
신발도 마르기만 했고
그의 얼굴엔
비 한 방울의 자국도 없었다


나는 그를 지나쳤고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물웅덩이를 밟았고
바람은 내 얼굴을 때렸다


그는 비를 맞지 않았다
세상은
그를 피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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