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제2부. 잃지 않은 자

by 엘리킴


그가 지나갔다
나는 멈춰 섰다
그는 걸었고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전화기를 들고 있었고
햇빛을 가르며 웃었고
주변 사람과 농담을 나누었다
나는 말이 없었다


내가 거기 있다는 걸
그는 몰랐다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지만
그의 눈은 내게 머물지 않았고
그의 걸음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마치
내가 공기처럼 투명한 존재라도 된 듯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나는 그가 듣도록
발을 굴렀고
몸을 틀었고
한 번은 그와 어깨를 스쳤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말도
불쾌한 눈빛도 없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사람처럼
그는 그냥 지나갔다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사라지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










michael-pointner-YuMTdck2vK8-unsplash.jpg


이전 13화그는 가졌고, 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