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잃지 않은 자
그가 지나갔다
나는 멈춰 섰다
그는 걸었고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전화기를 들고 있었고
햇빛을 가르며 웃었고
주변 사람과 농담을 나누었다
나는 말이 없었다
내가 거기 있다는 걸
그는 몰랐다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지만
그의 눈은 내게 머물지 않았고
그의 걸음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마치
내가 공기처럼 투명한 존재라도 된 듯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나는 그가 듣도록
발을 굴렀고
몸을 틀었고
한 번은 그와 어깨를 스쳤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말도
불쾌한 눈빛도 없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사람처럼
그는 그냥 지나갔다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사라지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