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결행
거리엔 바람이 없었다
깃발도 흔들리지 않았고
전봇대의 전선도 고요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었다
주변은 말이 없었고
발소리는 내 것뿐이었다
사람이 없었다
개도 없었다
차는 멈춰 있었고
횡단보도엔 잔열만 있었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속도도 일정했고
심장은 어쩐지
너무 느리게 뛰었다
누군가 날 부르면 어쩌지
그런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버렸다
거리엔 바람이 없었다
아무것도 나를 붙잡지 않았고
아무것도 나를 미루지 않았다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렀다
세상은 방관했고
나는 그 속을 걸었다
나는 살아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그를 죽였고
나는 살아 있었다
그런데도
거리엔
단 한 줄기 바람도
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