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자동재생 되는 생전영상

2부.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

by 엘리킴


매일 밤 같은 시각

화면이 켜진다

알람도, 예고도 없이

영상 하나가 자동으로 재생된다


생전의 나였다

정확히는 죽기 일주일 전

방 안에서

이어폰을 낀 채

무언가를 흥얼거리는 내 모습

화질은 약간 흐릿했고

목소리는 작았다

배경엔

창밖에서 지나가던 사이렌 소리와

낮게 튼 노래가 겹쳐 있었다


처음엔 눈을 피했다

두 번째는 멍하니 봤다

세 번째부터는

그 영상 속 내가

나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웃고 있었지만

눈은 자꾸

카메라 바깥을 봤다

그게 나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이미

그다음 장면을 알고 있었을까


재생이 끝나면

화면은 조용히 꺼진다

그러고 나면

혼자 남은 나는

조금 더 죽은 것 같다


영상 설정은 변경할 수 없고

삭제 권한도 없다

시스템은 이 장면이

내 기억을 유지하는 데 ‘유효’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나는 그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이의 제기 기능도 탑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그냥,

오늘 밤도

그 장면을 기다린다


그 영상을 다시 볼 때마다

나는 그날의 공기를 조금 떠올리고

그날의 표정을 다시 되묻는다


그건 잊지 않기 위한 일인가

잊혀지지 않기 위한 일인가

아니면 그냥,

죽은 자도 루틴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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