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계산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이름들

by 엘리킴

불이 꺼지지 않는 곳에서 일한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끌고 다닌다.
벽시계보다 먼저 일어나고,
신호등보다 늦게 집에 간다.


계산대는 내가 앉는 자리고,
그 자리는 늘 혼자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아니다.
밤은 셈이 많다.
도시락 3개, 컵라면 2개, 소주 한 병, 그리고 잠 4시간.


가끔 손님이 말한다.
“이 시간에 일하시면 힘드시겠어요.”
나는 웃는다.
“다 괜찮아요”는 내 야간근무 복장 같은 문장이다.
입기 쉬우면서, 벗기 어렵다.


물건이 계산대를 지나갈 때마다
‘삑’ 소리가 난다.
그게 내 유일한 대화 상대일 때가 많다.
그 ‘삑’은 말보다 정직하고,
나보다 덜 피곤해 보인다.


물건의 바코드를 찾는 동안,
나는 사람의 표정을 찾는다.
눈을 맞추지 않는 손님들,
카드를 툭 던지는 사람들,
핸드폰을 보느라 내 말이 들리지 않는 얼굴들.


이곳은 모든 것이 가까운데
대화는 멀다.
온기 대신 유통기한을 보고,
감정 대신 할인 라벨을 붙인다.


가끔 내 계산 실수보다
손님의 기분 계산이 더 어렵다.
“봉투 필요하세요?”

“아니요”
이 한 마디에 실망, 피곤, 불안, 짜증, 무관심이 섞여 있다.
나는 그걸 분류하지 않고 넘긴다.


나는 계속 앉아 있지만,
쉬는 건 아니다.
내 눈은 매대를 보고,
내 귀는 도어벨을 듣고,
내 마음은 바닥에 놓고 있다.


휴게실 의자는 딱딱하고
커피는 공짜지만, 맛은 안 난다.
그래도 나는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새벽이 다치지 않도록,
조용히 일한다.


아침 6시,
햇빛이 들어오고 나서야
나는 몸에서 밤을 떼어낸다.
아무도 모르게 나간다.
내가 들어왔을 때처럼.









from. 편의점 야간알바

ChatGPT Image 2025년 7월 22일 오후 07_29_32.png


이전 04화종이보다 가벼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