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이름으로 산다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이름들

by 엘리킴


밤이 되면,
나는 숨소리를 듣는다
어둠은 어디에든 스며들고
사람은 낮보다 작아진다


어떤 손은 잠든 뒤에도 떨리고
어떤 몸은 두 눈을 감고서도
깊이 아프다


나는 벨이 울리기 전에 움직인다
몸이 기억한 거리와 무게로
하루의 리듬을 읽는다


말이 없어도 안다
얼굴빛이 말보다 빠르고
기척 없는 발소리에
눈빛이 따라온다


어떤 날은 한 마디 말 없이
몇 시간을 함께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얹힌 손이
조금씩 식는 걸 보면서


무언가를 대신 겪는 기분이었다
아픈 것도, 기다리는 것도,
이별의 문 앞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도


나는 이 자리에 있지만
내 이름은 불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산다










from. 간병인

ChatGPT Image 2025년 7월 23일 오후 08_23_36.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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