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의 하루
방 안엔 변한 게 없다
컵은 그대로 식탁 위에 있고
책은 마지막 읽은 페이지를 열고 있고
구겨진 이불엔
아직 체온 같은 주름이 남아 있다
이름을 부르지 않았는데
그 이름이 계속 돌아다닌다
말을 하지 않았는데
자꾸 말이 흘러넘친다
텅 빈 방에서
내가 가장 크게 들린다
누군가 앉았던 자리는
한동안 그 모양을 잃지 않는다
그 자리를 지운다고
기억까지 닫히는 건 아니라서
나는 모서리마다 그 사람을 피해서
걷는다
빛이 먼저 머물던 창가엔
이제 먼지만 남고
젖은 수건은 말랐지만
젖어 있던 마음은
아직 벽을 타고 있다
사라진 건 몸인데
하루는 도무지
그 사람 없이 굴러가지 않는다
나는 하루를 넘길 때마다
한 사람의 흔적을
다시 밟는다
그렇게 오늘도
떠난 사람과 함께
남겨진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