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이름들
이곳의 시간은
해를 보지 않는다.
빛은 벽 틈을 흘러다니고
시계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창문은 있지만
무언가를 보기 위해 열리는 창은 아니다.
열면 벽이 있고
닫으면 방이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하루를 맞이한다.
사람의 기척은
문 너머 발자국으로 들리고
웃음은 없다.
다만 무거운 걸음과
낮고 가벼운 한숨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 애쓴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감는다.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지난 것들만 남아 있다.
세상의 어딘가는
아침일지도 모르지만
이곳엔 그런 게 없다.
벽에 붙은 종이 한 장,
작은 선풍기 소리,
가끔 울리는 전화벨.
그건 내가 여기에 있다는
유일한 증거들이다.
이 방은 작고
나는 그보다 조금 작다.
침대 하나와 발 디딜 틈
책과 종이와 물 한 컵.
나는 이 공간에서
조금씩 줄어든다.
그러면서도
지워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모른다.
그걸 안다고 해서
내가 나가야 할 이유가 생기진 않으니까.
이 방에서 아침은
눈을 뜨는 시간이 아니라
눈을 다시 감는 시간이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나는 어둠에 눈이 익었고
어둠은 나를 기억해준다.
어느 날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면
나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이 방엔 대화 대신
묵음이 살고
그 묵음이 나를 더 잘 이해하니까.
나는 오늘도
아침 없는 창문을 지나
하루를 접는다.
무엇이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하루를
무언가가 끝났다는 감각으로
조용히, 조심스럽게 덮는다.
from. 고시원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