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사라진 몸, 남겨진 하루
나는 늘 같은 시간에 구부러진다.
허리보다 먼저 접히는 건
무릎이다.
바닥 가까운 온도를 먼저 느끼고
증기가 올라오기 전,
몸이 먼저 내려앉는다.
손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항상 허벅지와 발끝,
그리고 말없이 굽혀지는 등뼈.
이 일은 손으로 하는 게 아니다.
무릎으로 하는 일이다.
어디에도 앉지 못하는 하루.
앉는다는 건
잠시 쉬는 게 아니라
더 깊이 숙이는 자세라는 걸
나는 배웠다.
아침부터 줄을 서는 것들,
비워지는 그릇,
서두르는 냄비,
넘치지 않아야 할 무언가들.
그것들을 나는 맞추고 닦고 덮는다.
뜨거운 것들은 조심해야 하고
차가운 것들은 빠르게 지나쳐야 한다.
기름은 미끄럽고,
시간은 미끄러지지 않는다.
손에 물이 닿지 않는 순간이 드물고,
물보다 더 무거운 건
몸을 굽힐 때마다 쌓이는 피로다.
나는 몇 번을 들었고,
몇 번을 넣었고,
몇 번을 꺼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끝나지 않는 반복 안에서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할 뿐이다.
누군가의 하루가 시작되기 전,
나는 하루를 절반쯤 지나 있다.
내가 준비한 것들로
다른 사람의 시간이 채워지고,
나는 다시 바닥 가까이로 돌아간다.
이 일에는 박수가 없고
이름도 없다.
다만, 무릎에 남은 통증과
허리에 눌린 깊이로
내가 오늘도 일했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한다.
from. 조리실 조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