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된 감정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사라진 몸, 남겨진 하루

by 엘리킴


나는 자주 미룬다.
말할 타이밍, 눈을 마주치는 순간,
‘괜찮다’는 말 뒤에 감춰둔
조금의 울음.


하루에 한 번은
누구에게라도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지만
그날의 용기를 다음 날로 넘겼고
다음 날의 마음은
그저 입 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졌다.


감정은 이자가 붙지 않는다지만
미뤄진 마음은
어딘가에서 계속 무게를 더한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간 시간들이
자꾸 숨을 가쁘게 만든다.


책상 서랍 안에 넣어둔 편지처럼
열지 않은 말들이 있다.
아무에게도 보낸 적 없는 사과,
이미 늦은 위로,
그리고
‘사랑해’라는 말이
감히 넘지 못한 침묵.


사람들은
감정은 나누면 가벼워진다고 말하지만
말하지 못한 감정은
오히려 더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나는 이제
자주 웃지만
그 웃음 뒤에 남겨진 빚이 있다.
내가 나에게 갚지 못한 시간들,
내가 외면한 상처들,
그리고
내가 끝내 꺼내지 못한 말들.


감정에도 마감일이 있다면
나는 매번 늦는다.
그리고 그 연체는
나를 조금씩
조용하게 무너뜨린다.










from. 카드 연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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