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도 닦아야 하는 직업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사라진 몸, 남겨진 하루

by 엘리킴


나는 매일 사라지는 것들을 다룬다.
남겨지지 않는 것,
기억되지 않는 것,
흔적이 없어야만 괜찮다고 여겨지는 것.


사람들이 자리를 떠난 뒤
나는 조용히 시작한다.
소리는 되도록 내지 않고
걸음도 작게 움직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을 되돌린다.


빛이 없는 곳에만
내 그림자가 있다.
사람들은 밝은 곳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부르고, 만나지만
나는 언제나 등지고 움직인다.


먼지처럼 가벼운 것들도
쌓이면 무거워지고,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국이
가장 깊게 남는다.
나는 그런 것들을 지운다.
지우는 데 하루가 걸리는 것들을.


누구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나는 알아본다.
비워진 공간의 냄새,
닦인 유리의 투명함,
바닥에 남지 않은 발자국.
그것이 나의 이름이다.


무언가를 치운다는 건
그것이 있었다는 증거다.

그래서 나는
존재하지 않은 일을 매일 반복한다.
지워진 다음에야
존재가 드러나는 일들.


하루를 다 닦고 나면
내 안에 고요가 쌓인다.
눈에 띄지 않게,
기억되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처럼.


때로는
그림자도 닦아야 한다.
사라지지 않는 피로,
말 없는 지침,
그리고
남겨진 것들을 외면하는 시선까지.


나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자국을 지운다.
그리고
그 위에
내 그림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from.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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