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사라진 몸, 남겨진 하루
손끝이 머뭇거리는 건
무언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전하고 싶은 말이
자꾸 사라져서다.
화면은 밝지만
나는 자꾸 어두운 문장을 지운다.
띄어쓰기를 다시 하고
글자 크기를 키워보다가
그냥 아무것도 보내지 않는다.
생각은 금방 떠오르는데
문장은 너무 오래 걸린다.
마침표를 찍기까지
내가 멈춘 시간들이 있다.
‘지금 보낼까’,
‘늦지 않았을까’,
‘괜히 번거롭게 하는 건 아닐까’.
한 글자씩 더딘 마음이
문장보다 느리게 전송된다.
알림음이 울리지 않는 저녁이면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적다가
그저 뒤로 가기를 누른다.
어쩌면 말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배려라고 믿는다.
오타가 나도 괜찮다고,
천천히 해도 된다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말은
문자에 오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이 먼저 도착한다.
가장 짧은 말이
가장 길게 망설여질 때가 있다.
‘잘 지내지?’
그 한마디를 보내기까지
나는 수십 번 지우고 다시 쓴다.
내가 누군가에게
너무 오래 머뭇거리며
남긴 흔적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아직 보내지 못한 말이 있다.
물보다 느리게 도착할지도 모르는,
아주 천천히 준비한 한 문장.
from. 노년의 스마트폰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