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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이상 Mar 10. 2021

- 관측지를 찾아서

 Sh2-101의 주변부 2020/07/15/

해가 뜬 낮시간에는 별을 볼 수 없다. 정확히는 태양을 제외한 다른 별을 볼 수 없다. 태양이 지구의 대기를 비추어 우리가 보는 하늘은 너무 밝기 때문이다. 해가 진 밤에서야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밤하늘의 어둠으로부터 별을 구분되기 때문이다. 밤하늘이 밝다면 우리의 눈은 별의 밝기와 하늘의 밝기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을 볼 수 없다. 별은 깜깜한 하늘에서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도시의 밤하늘은 오염됐다. 공기가 오염된 것이 아닌, 하늘 자체가 오염되었다. 빛이 하늘을 오염시켰다. 어두워야할 밤하늘이 건물과 가로등에서 나오는 빛으로 밝아졌다. 이런 빛공해로 밝아진 하늘은 어두운 별과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의 밤하늘에서 별을 보기가 참 어렵다. 별을 보기가 참 어려운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속에 참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참 많은 도시가 있다. 그리고 참 많은 도로 위에 참 많은 가로등이 빛난다. 이런 모든 불빛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인공불빛은 빛공해가 되어 밤하늘을 밝힌다. 


우리나라의 빛공해 정도를 보여주는 위성자료.  (출처 : https://www.lightpollutionmap.info/)


미국의 지구환경감시 위성은 지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측정하고 그 위치를 지도 위에 표기했다. 한반도 지역을 보면 그 밝기 대비가 뚜렷하다. 위도 38도를 경계로 북쪽은 아주 깜깜하고 남쪽은 아주 밝다. 남쪽의 우리나라는 대도시를 비롯해서 도시를 잇는 도로 그리고 그 사이사이 작은 마을들까지도 밝게 빛나고 있다. 빛이 없는 곳이라고는 태백산맥이 관통하는 강원도 지역과 일부 소백산맥 지역 뿐이다. 심지어 바다 위에도 어선으로 인해서 밝게 빛나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빛공해 때문에 별을 보기 참 어려운 조건을 가졌다.


 별을 관측하고 천체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은 이 밝은 곳을 벗어나 어두운 곳에 가야한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천체관측자들은 필연적으로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관측지'까지 이동해야한다. 천체관측자에게 있어서 관측지를 확보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땅이 울퉁불퉁해서 망원경을 설치하기 어렵지는 않은지. 산과 나무, 가로등이 하늘의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지. 물가가 근처에 있어서 새벽녘에 쉽게 안개가 덮지지는 않을지. 사유지는 아닌지, 차량 접근이 가능한지등 여러 조건에 부합해야지만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는 관측지는 우리나라에서 정말 찾기가 어렵다. 관측자들이 우스갯 소리처럼 하는 얘기로 천체관측에서 가장 좋은 장비는 관측지라고 얘기한다.


산지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특성상 탁 트인 하늘을 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지난 혜성 관측 이후, 새로운 관측지를 찾아다녔다. 주로 다니는 경기 북부의 관측지는 한계를 느꼇기 때문이다. 빛공해 지도와 인터넷 지도 거리뷰를 참고하여 후보지 몇 곳을 꼽은 후, 서울에서 2-3시간 거리의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인터넷 지도를 통해서 보았을 때에는 꽤 괜찮아 보인 곳도 실제로 가보면 가로등과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천체관측을 하기에는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다. 구불구불 산길을 넘어가기도 하고 군사통제지역에 진입해서 군인들에게 검문도 받아가며 나만의 관측지를 찾아서 방황하다 보면 지칠법도 하다. 하지만 천체관측과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서 꽤나 감성적이 되기도한다. 여러 날, 그렇게 관측지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괜찮아 보이는 곳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밤이 찾아오길 기다려본다. 낮에 보았을 때의 관측지와 밤의 관측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정말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만 밤을 지새우게 된다.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낸 관측지는 곧잘 시원한 별빛으로 보답해주기 마련이다.


백조자리 1등성 데네브와 그 주변. 오른쪽 상단에 백조의 몸통별 사드르와 주변 성운이 보인다.


 여름밤, 가로등이 없고 주변 30km 내외로 도시가 없는 관측지에서는 머리 위로 시원한 강이 떠오른다. 별빛으로 이루어진 은하수 이다. 정말 좋은 관측지에서는 별다른 천체관측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도 은하수를 바로 구분할 수 있다. 여름철 삼각형 사이로, 백조자리의 백조가 은하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이렇게 은하수가 쉽게 보이는 하늘은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다. 날씨가 썩 좋은 날도 아니건만 새롭게 찾아낸 관측지에서 은하수는 굉장히 뚜렷한 모습이었다. 


 천체관측을하고 천체사진을 찍는 입장에서 오랜만에 정말 좋은 하늘을 만났기에 평소라면 시도하기 어려운 대상을 촬영해보기로 했다. 백조자리에 있는 튤립성운과 그 주변이다. 튤립성운은 수소로 이루어진 가스가 엉겨 그 모습이 마치 튤립처럼 보이는 성운이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얇은 수소가스가 층층이 쌓여있어서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대상이다. 


Sh2-101과 그 주변부

망원경 : WilliamOptic Redcat

카메라 : ASI1600MM-COOL PRO with ZWO FILTER LRGB+Ha

가대 : Celestron Advanced VX

노출정보 : L - 180초x10장 Ha - 300초*12장 RGB각 300초*3장


새로운 관측지에서의 관측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밤새 지나는 사람도 없고 관측지의 고도도 충분히 높아서 새벽에 끼는 안개가 낮은 곳에서 적게나마 올라오는 빛 마저 가려주었다. 장비를 철수하고 내려가는 길에 산 사이로 짙게 낀 안개가 밤 중의 환상적이었던 밤하늘만큼이나 몽환적이었다. 돌아가는 길까지 완벽한 관측이었으며 꽤나 좋은 관측지를 찾아냈음에 만족스러운 촬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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