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소리 - 8장: 마지막 소리

8장: 마지막 소리 (The Last Sound)

by 하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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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구가 끝나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 끝이 평화로운 결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연구실에서 내내 들리던 새의 소리는 이제 단순한 소리로 남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의 메시지, 일종의 신호였다. 그리고 나는 그 신호의 본질에 도달하기 직전이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내가 필드에서 녹음한 새의 소리가 패턴으로 띄워져 있었다.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서 분석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어딘가에 숨겨진 규칙이 드러나고 있었다.

마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는 기분이었다. 나는 손을 떨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진실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전화기가 울렸다. 화면에는 정우의 이름이 떴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 전화를 받을지 말지 망설였다. 지금은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무언가 더 중요한 것을 놓칠 것 같았다. 나는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나는 짧게 물었다.

“준이랑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어. 요즘 네가 너무 연구에만 몰두해서 준이도 너랑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아.”

정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걱정은 명백했다. 나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려줘. 이 소리만 분석하면 돼. 곧 끝날 거야.”

“혜란아, 이건 너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야. 네가 이 소리에 빠져들수록, 너도, 준이도, 우리 모두 무너져가고 있어. 그걸 알잖아.”


나는 정우의 말을 들으면서도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말은 나의 감정을 자극했지만, 지금은 그 말을 따라갈 수 없었다. 나는 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우, 나중에 이야기하자. 미안해.”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 연구에 몰두했다. 마지막 패턴을 분석하던 중,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혜진이 사라지던 날의 그 소리였다.


갑자기 떠오른 기억에 나는 몸을 떨었다. 혜진이 실종된 그날, 우리는 바닷가에서 함께 있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부딪히던 그 순간, 나는 새의 지저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지금 내가 연구하고 있는 그 소리와 똑같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나는 눈앞의 데이터를 다시 확인했다.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나는 곧장 필드로 나가야 한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답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서둘러 장비를 챙기고 차에 올라타, 숲 속으로 향했다. 길은 어두웠고, 나의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었다. 마치 그 소리가 나를 불러들이는 것 같았다.

숲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장비를 설치하고 녹음을 시작했다. 바람은 조용했고, 새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기다렸다. 내 안의 무언가가 그 소리가 곧 들릴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훨씬 더 뚜렷하게, 훨씬 더 가까이서.

나는 녹음 장비에 집중하며 그 소리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이 소리는 단순한 새들의 지저귐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아주 미세하게 섞여 있지만, 분명히 들렸다. 나는 숨을 죽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목소리는 말하고 있었다. “도와줘...”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 목소리는 혜진이었다. 혜진의 목소리였다. 나는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소리는 단순한 자연의 현상이 아니었다. 이것은 혜진과 연결된 무언가였다. 그녀가 사라졌던 그날, 이 소리와 함께 사라졌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소리가 나를 불러들이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일까? 내가 이 소리를 듣는 것은 단순한 착각일까? 아니면 혜진이 정말로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걸까? 나는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나는 이 소리를 통해 무언가 더 큰 진실을 알아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 소리 속에 갇혀버릴 것이다.

그날 밤, 나는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컴퓨터에 녹음된 소리를 분석하며, 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 소리는 나에게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그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함정이었다. 나는 이 소리를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나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나는 숨을 골랐다. 그리고 컴퓨터를 껐다. 이 소리는 이제 끝났다. 나는 더 이상 이 소리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진실을 알고 싶다는 갈망은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지만, 이제 나는 멈출 때가 되었다.

그 소리는 멀리서, 아주 희미하게, 마지막으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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