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소리 - 7장: 삶과 연구의 경계

7장: 삶과 연구의 경계

by 하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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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내 인생이 연구실과 필드, 두 세계 사이에서 갈라지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새의 소리, 그 규칙적인 지저귐 속에서 내가 찾으려는 답은 점점 더 불명확해지고 있었다. 마치 그 소리가 나를 어디로 이끌려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나를 혼란 속에 빠뜨리려는 것 같기도 했다.


컴퓨터 화면 속에서 수많은 음파들이 끊임없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 패턴들은 나의 일상과 닮아 있었다. 내 삶의 복잡함을 반영하는 듯한 혼란스러운 선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분석을 반복했지만, 그럴수록 더 깊은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소리는 내 삶과 점점 더 얽히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단순한 연구자로서 이 소리를 대할 수 없었다. 이 소리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마치 이 소리가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다. 나는 과연 이 소리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 대답을 찾지 못한다면, 나는 더 이상 이 삶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날, 필드에서 돌아온 후 나는 연구실로 곧장 향했다. 필드에서 들은 그 새의 소리는 다시금 나를 뒤흔들었다. 나는 그 소리가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모든 데이터를 컴퓨터에 옮기고 분석을 시작했다.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무언가 결정적인 단서를 찾고 싶었다.

"혜란아, 좀 쉬어야 하지 않겠어?" 문을 열고 어머니가 들어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늘 피로와 염려가 담겨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엄마, 조금만 더 하면 돼. 이 소리 속에 답이 있어."

"그 소리가 네 삶에 무슨 답을 줄 수 있겠니? 이제 그만하고 준이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게 좋지 않겠니?" 어머니는 언제나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 소리, 이 연구는 나에게 준이 못지않게 중요한 무언가였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엄마, 나도 알아. 하지만... 이건 단순한 소리가 아니야. 이건 더 큰 무언가야." 나는 그녀에게 설명하려 했지만, 그녀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고 문을 나서며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지만 잊지 마라, 너도 사람이고, 가족도 중요하단다."


그녀가 떠난 후, 나는 다시 컴퓨터에 집중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걸까? 내가 이 소리에 몰두하는 동안, 준이와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나는 이 연구와 내 가족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며칠 후, 나는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다시 필드로 나갔다. 숲 속은 여전히 고요했다. 바람은 나무 사이를 지나가며 가볍게 흔들렸고, 그 속에서 나는 녹음 장비를 설치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새들의 지저귐은 여전히 익숙하게 들렸지만, 그 중에 내가 찾고 있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긴장하며 귀를 기울였다. 이 소리가 나를 피하는 듯했다.


그때, 나는 멀리서 걸어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필드 연구를 하는 동안 몇 번이고 들었던 익숙한 발소리. 나는 그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누구 있어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이 소리의 비밀에 가까워질수록 더 강하게 나를 억누르려 하고 있었다.

나는 장비를 챙겨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필드를 빠져나와 차에 도착했을 때까지, 나는 누군가가 계속 나를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연구실에서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소리는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왜 나는 이 소리에 이렇게까지 집착하게 되었을까? 이 소리가 내게 어떤 진실을 말하려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그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삶과 연구. 그 경계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었다.


나는 과학자로서의 나와 어머니로서의 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세계는 이제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상태로 얽혀버렸다. 나는 그 경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의 연구는 답을 줄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깊은 혼란만을 불러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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