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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Apr 01. 2024

죽어야 한다는 사실보다 잊혀진다는 사실이 더 슬프다.

어느 길고양이의 고백

이전 살던 집에 밥을 주던 길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는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치타(암컷)이고, 한 마리는 치타를 공격하는 걸 막기 위해 같이 밥을 주게 된 젖소(수컷)다.


치타에게 밥을 주다 보니 젖소에게도 주게 되었고, 이 문제로 캣맘끼리 의견차이가 생겨, 큰 싸움이나 분쟁은 없었지만 밥자리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도 다 할 수가 없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이 이렇게 심장 떨리는 일인 줄 몰랐다.



그러다 직장 문제로 멀리 이사를 하게 되었다.

길고양이 수명이 3년이라고 하니, 치타를 데리고 오지 못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한동안은 매일 기도까지 해주었다.


그러다 어느 날 꿈에 젖소의 목소리가 들렸다.

'죽어야 한다는 사실보다 잊혀졌다는 사실이 더 슬프다.'

지금 생각해 보니, 치타를 위해서는 기도까지 해주었는데, 젖소 기도는 치타 기도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해서 따로 안 해주었다.

사실 젖소는 나에게 치타의 '덤'인 고양이었던 것이다.


젖소가 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개냥이 같은 성격에 늘 내 다리에 부비부비....

도도한 치타에게만 매달려 목을 매곤 했던 나의 마음을 반성해 본다.


잊혀진다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러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것.


어린 시절 여름 방학 때 벽에 붙어있는 하루살이를 발견하고 동네 친구들과 한바탕 신나게 놀고 와서 다시 보면 죽어있듯이,

"하나님이 한번 쳐다보셨을 때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인생이 늙어 있다."는 어느 현자의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부디 살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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