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으로서 느낀 일본의 감성

그 안에 감정노동자의 일면이 보인다...

by 맑음


일본, 우리나라보다 경제 발전을 빨리 한 나라이고, 장점 또한 많은 나라다.

진열장에 예쁘고 아기자기한 디저트나 요리들을 보면 탐심을 자극하고, 일본 제품 선물을 받을 때는 정갈함과 고급스러움에 대접받고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



한편으론 자로 잰듯한 절제미와 화사스러운 색감을 보노라면,

숨죽인 듯한 감정과 욕구가 고스란히 담긴 것만 같다.

화려한 포장이 도저히 본심을 알기 어렵다.


필자가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평소 절제되고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이

여행지에서는 홀가분하게 벗어나 자유를 마음껏 누리려는 극히 반대되는 분위기의 승객들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소수다.


일본 승객들은 기내에 가지고 타는 짐을 최소한으로 가져오고, 짐을 보관할 시에도 다른 승객의 구역을 절대 넘지 않는다.


자신의 좌석 번호가 적혀 있는 Headbin(비행기 선반)에 기내 안전 용품이나 장비가 있어 짐을 넣을 수 없는 경우 대부분의 승객은 자연스럽게, 옆칸에 다른 승객의 짐과 같이 넣는다.

필자 역시도 이런 경우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옆칸에 넣고, 바쁜 승무원에게 물어보는 게 오히려 민폐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때, 승무원에게 자신의 짐을 넣어야 할 위치를 확인받는 경우는 일본인 승객뿐이다. 난처한 표정으로 자신의 짐을 어디에 넣을지 묻고, 바로 옆에 넣어도 된다고 안내받은 후에도 ‘다이죠브데스까?’ 물으며, 승무원_‘하이!’ 의 대답 이후에도 조심스런 몸가짐으로 넣는다.


게다가 일본인 승객은 기내 반입 수하물 규정을 스스로 엄격하게 지키고, 장거리를 갈 때에도 짐 부피가 굉장히 작다.


식사 서비스가 끝나서 회수를 하는 경우에도,

굉장히 깔끔하게 반납한다.

한 Tray에 메인 디쉬와 전체+샐러드, 디저트, 물, 빵 등이 같이 담겨 있는 3등석 식사는

다 먹은 그릇을 쌓아 올리면 원래 있었던 Meal Cart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정된 공간에 수 백 명의 식사를 실어야 하므로 Meal Cart안에 딱 정해진 개수의 Tray가 탑재된 형태 그대로 다시 들어가야 된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 아주머니 분들 중에 승무원을 도와주시려고 습관적으로 음식점에서 하듯이 쌓아 올린 채로 건네주는 경우가 있곤 했는데, 마음은 고맙지만 비행시간이 짧아 서비스 시간이 빠듯한 노선에서는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일본인 승객 분들은 식사 회수 시에도 깔끔하게 건네기로 유명하다.

심지어는 서비스된 린넨 냅킨용 종이 냅킨으로 자신이 먹은 그릇을 덮어씌워 주는 경우도 보았다.

지저분한 그릇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뒤집어서 주는 경우도 있었다.


나무 젓가락까지 원상태 그대로 껍질을 씌워서 건네주는 일본인 여성 승객, 주변에 은은한 향기마저 난다. ‘내가 본 중에 매너 1등이야~!!’하며 쳐다보니 역시나 교양미가 철철 넘친다. 교육을 잘 받은 뼈대 있는 집안의 규수 같은 느낌이다.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궁금증에 말을 걸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일본인 탑승비율이 높은 비행은 일본인 승객들의 특성 때문에 <승무원>이 느끼기에도 쾌적하다.


그런데, 소수이지만 극적으로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승객들도 만난 적이 있다.


일부러 흩트려 놓은 듯한 식기들... 본인은 자유라고 생각하고 만끽하는 중인지 ‘이유를 묻지 마~!!’라고 말하는 듯한 젊은이의 얼굴이다. 얼굴 표정도 비뚤바뚤이다.

그리고는 나의 반응을 곁눈으로 살핀다. 소심함이 엿보인다. 훗! 본인도 편안해 보이진 않았다.


보는 사람은 객기라고 생각되지만,

벌써 그러한 마음이 자리잡은지 오래되어서 고쳐질 것 같지 않는 본새다.


물론 서비스 인이라면 이런 보이지 않는 무언의 교감을 상대도 느낌으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자신을 타인이나 외부의 잣대로 엄격하게 대하다 보면, 지속된 억압 속에 상처 받은 자아가 미처 치유되지 못한 채로 자라나 그대로 숨어있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니 때로는 ’과잉되게 표현’되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제 때 자기가 원하는 상대로부터 진정한 위로를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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