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사회는 군기가 세다면서요?

어딜 가나 있는 문제_인격 닦기

by 맑음

승무원 지망생들이나 주변인들로부터 “승무원은 흔히 조직 내 군기가 세서 힘들다고 하던데 괜찮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필자는 보이지 않는 서열 혹은 기싸움은 승무원 조직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 사회에도 있는 갈등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어쩌면 ‘인간 본성’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다.

닦여지지 않은 사람들끼리 감정은 뒤로 젖힌 채 일의 성과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이런저런 부딪힘이 일어나면서 상처를 받는 것이다.


또, 조직으로 묶인 서열이 부당함이나 비인격적인 처사,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 잘하는 사람을 최고로 생각하는 가치관이 조금은 아쉽다. 거기에는 사회니까 직장이니까라는 이유가 따라붙지만, 직장 안에서의 시간도 인생의 일부라고 얘기하고 싶다.


더 이상 일이라는 이유로 감정의 부재를 강요한다면,

젊은 세대와는 소통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조금 다른 승무원의 근무환경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생각나는 대로 순이다.)

국내 또는 해외 체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밥을 같이 먹어야 하는 횟수가 다른 직장인들보다 더 많다고 할까? ^^


우스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이 일명 ‘사회생활’에서는 많은 것을 내포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따로 얘기하기로 하겠다.



두 번째,

구성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

신입의 경우 2년제를 졸업 연도에 바로 입사한 21살이 가장 어린 나이다.


참고로, 서양 항공사는 나이가 많은 사람도 많은데,

유독 동양인들은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데, 취업 경쟁률이 치열하기도 하고,

나이가 많으면 자기 주관이 세서 팀에 동화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 이렇게 경쟁률이 높은데, 젊은 노동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기계가 오래되면 고장이 늘어나듯이

사람도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지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가족력이나 면역력의 문제들이다.


그렇지만, 근속연수가 긴 40대 이상의 나이가 지긋한 사무장도 많이 있고,

현재 남자 팀장보다 여자 팀장(팀 단위로 조직되어 있다.)의 비율이 높다.


팀장(최고 선임)은 대부분 국제선에 근무하고, 탑승 시에는 일등석이 위치한 첫 번째 탑승구에 위치하고,

식사 서비스 시에는 이등석 서비스를 돕는 역할을 하며, 승객수가 가장 많은 삼등석에는 식사 서비스가 끝나고 회수 시점에 들르는데, 식후인지라 승무원에 관심을 두고 보지 않는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게다가 서양인에 비해 표준체형이 날씬한 동양인은 더 젊어 보일뿐 아니라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필자는 20대 중반 때 유럽에서 기차를 타는데 매표소 직원이 10대면 할인된다고 안내를 해주기도 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상황이 재밌기도 해서

여권을 보여줬더니 ‘알기 어렵다’는 표정을 했다.


정리하자면 14-16명의 팀원 중에 남승무원은 1-2명이다.



세 번째,

기본적으로 장거리 기준 근무 시간이 길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힘들다.

근무시간 기준은 비행시간으로 따지는데,

엔진 Start부터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는 착륙 시점이다.

가장 긴 비행시간은 14시간이 넘는다.

거기에 출퇴근 시간, 비행 전 회의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굉장히 길다.

물론 비행 중에 휴식 시간이 있다.

이때 확실히 잘 쉬어야 된다.


게다가 고도에 따라 조종실에서 기내 압력을 지상과 비슷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똑같지 않고 살짝 더 낮다.

신체가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탈모를 걱정하는 승무원들은 비행 후 바로 머리를 감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느낌이다.

깨끗하게 감고 두피를 잘 말리고 자기를 바란다.


장거리 비행에 발이 퉁퉁 붓는 이유도 저기압에 있다.

물론 여행자에 한해서다.

승무원 등은 대부분의 시간을 서서 보내기 때문에,

발에 땀이 찰 정도로 피곤한 상태라 붓는다기 보다는 곤죽이 된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비행기의 냉한 기운과 노동으로 피곤해진 근육을 풀어줄 겸 뜨거운 물에 마사지하듯 샤워하면 좋다.

반신욕도 좋지만, 비행 직후에는 권하지 않고, 대신 수면 양말을 권하고 싶다.

계절이 여름이라도 호텔 에어컨은 빵빵하기 때문이다.

서양인이 느끼는 최적 온도가 온돌 문화를 가진 동양인보다 낮기 때문에 객실이 춥게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호텔에 따라 에어컨 온도 조절이 섬세하지 않고, 온도를 올려도 원하는 온도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수면 양말이 비행기에서 살짝 내려간 체온을 빠르게 정상화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비행기 갤리 근무자라면 Chiller(기내식 냉장고) 앞에 서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체온 체크에 유의하기 바란다.


네 번째,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스케줄 근무를 한다.


승무원의 근무 스케줄은 ’ 비행기의 스케줄’이 먼저 짜인 후에 할당된다.

쉬지 않고 나는 비행기를 위해 인간이 투입되는 기분이라 ‘아! 역시 노동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의 쉬는 시간을 보장해 주지만, 역시 최소한이다.

때로는 더 많이 쉬기도 하지만 매달 스케줄을 받으면

그 안에서 계획을 짤 수 있다.


인간의 생체리듬이 우선순위가 되는 스케줄을 받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최소한의 휴식을 취하고,

계속된 비행을 하다 보면 지치기도 하는데,

성수기 때는 승무원 부족 때문에 “살인적인 스케줄이다”라는 말을 내뱉으며 서로 위로했던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은 24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은 사람들이 깨어서 주로 활동하는 시간이지만 때로는 한 밤중에 출발하기도 한다.


게다가 해외에서 출발 시간을 한국 시간으로 계산하면 그야말로 다양하다. 매번 시차가 바뀌니 비행 경력이 오래될수록 한국 시를 기준으로 생활하는 승무원이 많았다.


이렇게 대부분의 비행이

일정기간 해외 체류 후에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직장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때문에 서로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그중에는 밑에 꼬봉이라도 생긴 양 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디에서나 이런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사람을 대하고 상황에 대처하느냐’이다.




필자가 입사 시 때만 해도, 선배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의무시 사용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문제는 2년제와 4년제가 섞여있기 때문에

자신보다 어린 후배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언어의 뜻과 다르게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정말이지 용납되지 않았는데,

4년제를 나온 친한 동기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언니라는 호칭이 더 편해. 친근감 있고, 그렇게 되면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이 없어지잖아?”


그렇다. 분위기에 휩쓸려 동조하면, 예쁨 받는다는 얘기다.


필자는 첫 팀에서 2년제를 나온 위 위에 선배한테 철저하게 따돌림을 받았다.

이유는 ‘언니’라는 호칭을 필자보다 나이가 어린 그 선배에게만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그 팀은 2년제를 나온 팀원이 많았는데,

하필이면 모두가 흡연자였다.


비행이 끝나면 모두가 한 방에서 모여,

수다를 떨며 하는 얘기라고는 험담뿐이었다.


첫 비행에 모르고 따라갔다가,

담배를 권유받고는 그다음부터는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담배로 풀어보겠다고 시작한 것 같았지만,

스트레스는 절대 담배로 풀어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다 담배를 피우니, 이 사람들과 같이 친해지려면

담배를 피우며 어필해야 하는 분위기에 거부하기 힘든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자기 생각이 또렷하지 않고,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면 휩쓸리기 쉽다.


선배들을 보며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신적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이렇게 풀어왔구나’ 생각하니 씁쓸하고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필자는 그 후로 팀 내 비흡연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다.


참고로 회사에서 전사원들에게 금연에 대해 강조하고 있고,

비행기에서의 흡연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또한 스트레스는 험담으로도 풀어지지 않는다.

서로 같은 편이라는 동조는 얻을 수 있지만, 그뿐이다.

자신의 입과 마음만 더 더러워질 뿐이다.

서비스인이라면, 더욱 삼가야 할 것이 바로 감정적인 욕설이다. 마음에 독기만 남는다.


요즘은 사회적으로도 담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돼서

시간이 흐를수록 신입 사원들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원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반면에 입사 후에 3년 안에 사직하는 신입의 비율이 점점 더 높아졌다.

2010년 초 기준 기준 퇴직자 10명 중 7명이 3년 안 입사자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신이 약해서 힘든 일을 못 참는다고 말들을 하지만, 힘들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와 말투’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동안 그런 대우를 받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뇌에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까지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어울려 다니면 됐지만, 사회생활부터는 자신의 위치와 힘을 지키는데 더욱 연연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을 존중하는 법과 후배를 양성하는 방법보다는 위계를 위한 힘을 과시하는 방법을 먼저 배우지는 않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블랙리스트에 올릴 정도의 불만 고객을 만나서 힘든 일을 겪는 일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직장 동료로부터 오는 자괴감이 더욱 힘들게 만든다.


이런 부당한 처사와 감정들이 학습되어 ‘나는 저 선배처럼 하지 말아야지’ 하는데, 막상 본인이 그 자리에 가면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 역시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지만,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그것을 이루어 내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글을 읽는 승무원 지망생이 있다면,

본인이 꿈꾸는 승무원의 이미지를 꼭 이루어 내기 바란다.


P.S 조회 경로를 보니 brunch보다 외부 유입이 많아 나이 어린 지망생들이 이 글을 읽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다.


양서를 많이 읽고 마음과 정신을 강하고 밝게 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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