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보고 약을 받았다. 23만 원이 청구됐다.
겨우 잠에서 깼다. 첫째의 구토 사건으로 온몸이 찌뿌둥하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말이 없다. 힘든가 보다. 이맘때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알 것이다. 35개월 아이가 말이 없다는 건 엄청난 것이라는 것을.
나도 의료계에 종사하지만 그래도 현지 병원 방문은 부담스럽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약들을 살펴봤다. 구토 관련 약은 없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병원에 갈 채비를 시작했다.
영어로 의사소통 할 생각을 하고 증상을 쭉 되뇌고, 최근까지 먹었던 약들을 메모했다. (항생제 계열, 태국 소아과 선생님은 최근 복용한 약에 대해 물었다)
택시를 탔다. 아이와 나누는 대화를 듣더니 대뜸 기사님이 ‘한국분이세요?’라고 했다. 며칠 만에 듣는 한국어인가! 이 기사님은 6년 동안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근무했다고 한다. GTX 공사 현장에 참여했다고 하며 일하는 내내 치앙마이가 그리웠다고 했다. 비자 만료 당시 고국으로 돌아갈지, 한국에 머무를지 고민했는데 아내가 더 이상 못 견디겠으니 돌아오라고 했단다. 한국의 겨울 이야기를 하다 문득 궁금해진 나는 기사님께 물었다.
“한국이 그리우세요?”
“아뇨, 돈 빼고 그리운 건 없어요.”
단칼에 대답하는 기사님. 그래도 6년이면 짧은 않은 시간인데, 무엇이 그를 이토록 망설임 없이 대답하게 했을까. 기사님의 말이 이어졌다.
“한국은 너무 추웠어요. 사람도, 날씨도”
이 말에 깊이 공감이 갔다. 서울은 춥다. 여긴 따뜻하다. 온화한 부처님의 미소가 가득한 치앙마이다. 날씨도 사람도.
기사님은 ‘비싸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던 방콕병원에 도착했다.
방콕병원의 첫인상은 호화로웠다. 상주 직원이 택시 문을 열어줬고, 유모차를 내려줬다. 들어가자마자 공손한 합장 인사와 함께 외국인이냐고선 묻는 직원이 있었다. 그녀는 영어로 된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를 작성하고 있자 어느 한 여성이 와서 내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방콕병원 한국어 통역사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산타 모자를 쓴 신생아가 보인다. 12월 생에 한해 산타 모자를 씌워 퇴원을 시키나 보다. 위트 있는 병원이다. 그러고 보니 외국인이 많았다.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커피 머신도 있었고, 일회용 물도 있다. 방콕병원 직원들은 준수한 외모를 자랑했고, 수준급의 영어를 사용했으며, 무엇보다 친절했다.
소아과에 들어섰다. 우리 아이들은 병원을 무서워한다. 한국이나 태국이나 똑같다. 아이는 울면서 소아과에 안 들어가겠다고 했다. 간호사 한 명과 통역사, 그리고 나까시 세 명이 달라붙어 신체계측을 겨우 마치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왓디카”
태국어로 인사를 했다.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증상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는 구토, 둘째는 설사. 첫째는 겁이 나서 울고, 둘째는 그런 언니를 보고 울었다. 진료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아이들 우는 소리에 선생님 목소리가 안 들렸다.
선생님이 갑자기 책상을 뒤적거리더니 스티커 세트를 내놓았다. 스티커를 본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스티커를 하나하나 붙여가며 선생님이 이건 A고, 이건 B야. 설명을 해줬다.
진료 결과 식중독이 맞고, 둘째는 회복되는 중이라 증상이 약하고, 첫째는 이제 막 감염돼서 증상이 심했을 거라고 했다. 첫째는 5일, 둘째는 3일 치 약을 처방받았다.
진료실을 나오려던 차, 선생님이 K-pop을 부르며 한국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파트 아파트, 아아 파트 아파트“
의사 선생님, 통역사, 나까지 우린 다 같이 아파트 노래를 부르며 진료실을 나왔다. 유쾌하다.
‘대체 얼마나 비싸길래 한 번도 못 왔다는 거야?’ 속으로 생각하며 청구금액을 본 순간 나도 뜨악하고 말았다. 약 5,500밧이 청구된 것이다. 23만 원이 청구됐다. 동네 소아과 가면 진료비 6천 원, 약값 4천 원, 만 원이면 해결되는데(두 명 기준, 동네마다 다를 수 있음) 방콕병원을 다녀온 한국인 리뷰에 모든 친절함이 청구서에 녹아있다고 했다. 그 말이 맞았다. 여행자보험이 있어 다행이었다.
새삼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다행으로 느껴졌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번엔 영어에 능숙한 기사님을 만났다. 그는 이탈리아 와인 회사의 태국 지사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해고 됐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자구책인 볼트 기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기사님은 7살짜리 남아의 아버지, 나는 2살 1살짜리 여아들의 어머니.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그는 행복이라고 말했고, 나도 이 대답에 동의했다. 우린 행복하기 위해 살고 있다.
자연스레 대화는 오늘 있었던 일로 이어졌다.
방콕병원에서 두 아이의 진료비와 약값으로 23만 원이 청구됐다고 하자, 방콕 병원은 비싸고 좋은 병원으로 유명하고 보험이 있어야 겨우 가는 병원이라고 했다. 이 기사님 또한 한 번도 못 가본 병원이라고.
치앙마이에는 2가지의 병원이 있는데 사립병원(private hospital) 국공립병원(public hospital)이 있다고 했다. 국공립병원의 경우 진료비가 30밧으로 저렴해서 서민들의 경우 대부분 이곳을 이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사님 입원 당시 다인실은 기본이고, 에어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선풍기만 돌아갔다고 했다. 입원기간 동안 매우 불편했다고 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
“치앙마이 병원에는 계급이 있다 “
(기사님의 경험에서 나온 개인 의견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해외여행 꿀팁
여행자보험 필수
최근까지 복용했던 약 기록하기 (약품명 X, 성분명 O)
소아과 약은 될 수 있는 한 많이 가져가기
체온계, 피부연고 챙기기 (벌레 물림, 상처 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