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일은 모니터링 할 수 없을까
누구나 다른 곳을 보는 사이 기업의 진짜 문제는 깊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몇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이 지나가다 언급하여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지쳐서 어느 순간 나가 떨어지는, 그런 진짜 문제 말이죠. 이런 문제의 특징은 잘 드러날 수 없는 복합적인 구조로 덮여 있다는 데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확인할 방법도 없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리된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해야 하기에 해결하려고 맘 먹는 것 자체가 힘겨운 그런 일 말이죠. 외부 업체와 관련이 있는데 모든 것은 그 문제와 연관된 특정 인물과 조직이 전담하기에 구조 자체가 커미션이 있을 수 있는 구조지만 이마저도 확인할 아무 내용이 없는 그런 문제 말이죠.
'삼권 분립'은 서로를 견제한다는 기본적인 취지에서 옳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내부에서도 일정 수준의 견제를 통해 일을 투명하게 하고 올바른 토론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무자의 실적을 알 수 있는 사람이 그 실무자뿐이라면 이런 일은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을까요? 이런 일이 많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산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실적은 대부분 이런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고 경영진조차도 이 실무자의 자발적 신고(?)만을 결과로 믿어야 되는 일이 단기간 지속될테니까요. 조직의 정보의 흐름에서 누구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은 모든 실적(현금입금, 판매량, 발주오더 등)을 전산에서 자동으로 확인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어야 합니다.
비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타 부서의 비전문성이나 리더의 무관심으로 특정 기술적인 영역에 대해 방치한다면 기업과 기업 간 돈이 오고가는 일임에도 누군가의 사실상 전권에 의해 관리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구조가 장기간 지속되면 계약의 선정과 갱신에서 커미션 등 부정한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이 방금 언급한 전산상으로 확인마저 되지 않는다면 더더욱 눈 감은 기업 돈 베어 갈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이런 것의 결과는 보통 문제가 엄청 커져서 모두가 알 정도로 실물과 자금의 유통을 왜곡할 때야 알게 됩니다. 그 때도 계약의 관리나 실적의 누적 흐름을 아는 사람/조직이 거기 뿐이라 해결 자체도 그 폭과 깊이를 알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모든 계약의 내역과 이유에 대한 의사결정자의 세부적인 코멘트를 모두가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거래 내용을 정리하면서 기준에 대해서도 감사팀 등 해당 조직 외부와의 합의를 통해 잡아 나가야 합니다.
기업 내부에서 조직을 나누어 업무 프로세스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관계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이런 조직들은 기술적으로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승진이나 이동에 따라 조직간 유착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이런 조직들의 그룹으로 타 부서와의 정보 카르텔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앞서 말한 1,2번 조건이 모두 나타나는 것입니다. 서로 봐주기를 하는 거죠. 특히 조직 내에서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오가지만 역학 구조 상 '을'이하의 위치에 있는 조직일수록 이런 유혹을 받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는 인사 정책 상 이런 조직 간 인재의 이동을 최소화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구조로 조직을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경쟁이든 더 상위부서의 모니터링을 받는 것이든 조직에 맞게 방법론은 찾아야 할 것입니다.
백미는 이런 문제가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부정, 비리가 있을 것 같다는 직관적 증거죠. 왜 이것은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았을까요. 그 역사적인 스토리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조직 내 부정이 상위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업의 변화에 맞게 그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전산상의 시스템이나 KPI 등이 따라 바뀌어야 하는데 그것이 되고 있지 않다면 오랜 기간 이런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는 고의적인 무관심이 거기에 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파고 들어가보면 의외로 조직 내부에서 신망이 있는 리더들이 이런 것과 많이 얽혀 있는 일이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일입니다. 아무리 인격이 훌륭하고 하는 일을 누구나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부서라고 해도 위 네 가지 징후에 해당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바른 사람도 환경이 만드는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