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Feb 13. 2016

개인 전문가 시대의 제조업 전략

조준할 때도 사냥감은 움직인다

매년 가을이 되면

내년 경영 계획을 짜느라 모두 긴장하게 된다.


엄청난 양의 PPT를 만들고 몇 주에 걸쳐 이것을 수정하고,
윗선 또 그 윗선과 눈치를 보며 내년 전략의 아젠다를 만들면 다시 숫자와의 싸움.
정량 목표를 쓰고 서로 눈치보며 또 고치고.
이러한 반복된 수정은 - 실무자들이 실무는 손 놓고 있을 동안 - 진짜 하려고 했던 것도 사라지게 만들고,
물론 그런 액션이 없는 근거 없는 숫자들만 남게 된다.
그러면서 모두 지치고, 안 봐도 그 숫자는 달성 못할 거란 걸 안다.
그래서 매년 목표는 작년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 아주 조금 높은 수준이고.

경영 전략만 그런가?


몇 십년 전과 다를 게 없는 경영 프로세스를 따르는 기업들 대부분이
사전 기획의 비전문성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사회 구조적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니즈 변화에 따라
기존에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예측하여 기획하던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마케팅의 종말 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괜한 것이 아니다.

매년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많은 상품 중 대부분

자신의 카피거나, 1등 브랜드의 아류로
항상 경쟁자가 저만큼 나가있을 때, 안정적(?)이라는 착각으로 경쟁자의 뒤를 밟기 바쁘다.
그러나 그것은 90년대에나 가능한 전략이었다.


사람들이 달라지고 있는데, 왜 우리 기획 방법은 달라지지 않는 걸까?




1. 먼저 부딪치고 현장에서 대안을 찾는 프로세스

어중간한 기업일수록 부딪치지 않는다.
초기 창업 때의 열정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조직 구조에 묻히고 어느새 꼰대들이 한 자리씩 있는.

여전히 계획하는 방식으로는 소비자의 숨겨진 복잡하고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기 어렵다.
많은 양을 만들고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은
이미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집에 비슷한 기능성 상품이 있는 사회에서는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빠르게 질러보고, 작은 피드백을 통해 크게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는 않지만, 우리 고객과 가망 고객까지 넓힐 수 있는 단서를 찾는 것이다.
3D 프린터의 발달과 생산 공정의 IT 연결을 통해
기획한 것이 고객의 손에 닿는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대항해 시대다.
경쟁자가 먼저 닿기 전에 트렌드에 먼저 닿는 것이 경쟁력의 근본이 되는, 소비 포스트모던의 시대다.

과거 1년을 기획하여 생산되는 옷은 SPA브랜드의 등장으로 2주 안에 기획한 상품이 전 세계 주요 매장에 들어가는 시대가 되었고,
방송도 명절 프로그램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하고 정규 편성을 하는 것이 상식인 시대가 되었다.

기업이 고객의 '눈치'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

중세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제조된 상품은
근대를 거치면서 장인의 영향력이 강화되며 계층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고,
산업혁명 이후에 대량 생산으로 모두에게 제화가 돌아가며 브랜드로 서로를 구분하였지만,
이제 브랜드를 보고 무엇을 사는 것은 하이엔드의 아주 특수한 경우에 한정되게 되었다.
더 싼 생산에 골몰하는 대부분의 제조업체의 도움으로 왠만한 것은 다 가지게 되었고,
자신에게 어울리고 맞는 것을 찾아 새로운 것을 찾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지금은 독특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살아남지만,
그런 재능 있는 디자인의 제안자가 고소득의 개인의 마음보다 더 개인을 잘 알 수 있을까?
테크니컬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개인 스스로 편집할 수 있는 비전문가인 생산자가 도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그런 개인을 많이 확보하고 상품을 빠르게 그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무형의 전략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CRM이 단순한 판촉을 넘어서야 하고, 소비패턴의 이면까지 봐야 하는 것은
당장에 팔기 위한 재구매 용도가 아닌,
기업과 개인이 파트너십으로 서로의 수요를 맞추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것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정말 전문가인가?
기업인들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2. 유연성이 있는 경영 시스템

이런 사회라면, 지금 하고 있는 경영계획 수립과 실적 피드백,
재무, IT, 기획, 영업을 잇는 ERP시스템이 고객 변화 속도에 맞게 바뀔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미 몇 개월 전에 만든 아젠다가 지금도 맞다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고객의 니즈를 다 알고 있다는 연역적 대전제가 무너진다면 계획 자체도 귀납적으로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업을 위해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고
이것을 위해 어떤 인재가 준비되어야 하고
네트워킹은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지에 대해 계속 변해야 하는데
우리가 의사소통하는 도구인 전산망은 이런 화법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가?

미리 전산 시스템을 만들어 두고 의사결정과 소통의 방법을 이것에 맞추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고객의 니즈와 시장의 변화에 못 따라가고
작년에 하던 일을 지금도 하는 일은 개인의 패러다임 문제도 있겠지만
실무자가 하는 고민을 단순히 몇 달에 한 번, 몇 년에 한 번 나는 모르고 돈 쓰면 다 되어 있는 줄 아는
경영자의 프로세스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한 몫을 한다.
우리 나라의 대기업 중 영세한 산업일수록 이런 의사소통의 도구에 대해
큰 관심이 없거나 단순한 카피, 비용에 대한 불필요성만을 생각하는 경영진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계획을 바꾸는 것이 모나게 보이는 가신주의 기업 문화,
어차피 실무를 모르는 위선에서 계획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고 컨펌받는 조직 구조,
가만히 보면 중간 이상 경영진의 보신주의가 이런 문화에 한 몫 하고
공통점은 그들이 할 줄 아는 것은 '관리'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사업이나 고유의 과업을 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실무진의 자율성을 깨는 일에 몰두한다.




3. 단순 반복을 꺼려하는 의식


오퍼레이팅이 미덕이 아니다.


빠른 손놀림, 야근과 특근을 해가면서 기존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은 물론 열심있고 열정있는 직원이지만,
이제까지 설명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할 수 없다.
오히려 아래 직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해칠 확률이 더 클 것이다.

조직 내의 '다른 생각'을 인정해야 한다.
일사불란, 군대문화는 바뀐 고객에게 맞는 의식이 아니다.
채용이 틀리지 않았다면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들으려고 하고, 이것을 배양하는 조직을 두어야 한다.

조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설령 혁신적인 생각이고, 그것이 나쁜 아젠다가 아니라도
그것에 다른 생각을 하는 의견이 있으면 그것이 구시대적 의견이 아닌,
그것 또한 '다른 생각'인 것이다.

정말 나쁜 것은 그냥 전화하고, 모니터 보고, 보고 하고, 사람 만나고, 커피 마시는,,,
그런 단순 반복이다.

단순 반복이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다.
단순 반복을 사람이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일을 아웃소싱하거나 전산으로 처리하지 않은
비용을 쓸 일을 쓰지 않은 경영자의 문제다.
그런 이야기를 아랫 직원이 해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왜 아직 그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반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미 기존의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은 현재 프레임을 깰 수는 없다는 것이 증명이 되었다.
원가는 중국 이하 개도국에, 기술은 이미 앞서 언급한 길을 가는 미국 등 선진국에
우리는 넛크랫커로 여기서 이러고 있다.
한국 산업의 현주소를 보면 프레임을 깨기보다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끝물까지 가보자는 투자와 경영이 이루어지는 기업이 많은 것 같다.

내일 출근하기 싫은 직장이 있다면,
모두 그런 기업문화가 만든 양심의 알람이 아닐까?




작가의 다른 콘텐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