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직이 큰 조직이 되면서 고민하게 되는 학습 문화
작년 겨울에 우연한 기회로 스타트업으로 출발해서 업력이 7년된 기업의 대표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표는 개발자 출신으로 안정적으로 시장을 일구어 재무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일군을 이룬 듯 보였습니다. 저와 주로 이야기 나눈 것은 '관리'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대표는 직원이 몇십명이 되고, 매출이 몇십억이 되는 회사에 대부분이 개발자, 영업인력이어서 회사가 조직을 갖추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포지션을 찾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소기업, 중기업을 바라보고 달려나가는 대표를 만난 그 시간은 창업을 해보지 않은 제가 간접적으로 창업자 마인드, 스타트업의 고뇌를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다.
대표의 관심은 단순히 관리회계를 잘 하는 것이나, 오버헤드 업무를 유연하게 처리할 팀장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표의 첫 마디에서 묻어 나온 것은, 이제 몇십명이 되는 이 회사 직원들 개개인의 성과 관리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해야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KPI를 사전에 합의하고 업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성과를 피드백하는, 우리가 다 아는 기업들이 흉내내는 그것말입니다. 맘이 맞고 책임감으로 품었던 몇 명의 직원에서 몇 개 작은 조직을 흡수하여 몇 십명에 이르는 조직이 되고서 갑자기 쑥 자란 조직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대표는 새로운 사업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만 시간을 써도 부족한데 말입니다.
성과 관리의 핵심은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하고, 해 봤자 인정 받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은 오퍼레이팅이 있다는 반증이고, 개인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더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지 못합니다. 대표의 생각이 자칫 조급함이 되어 섣부른 불도저를 조직에 들여서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과의 조직문화를 깨지 않을 수준으로 오랜 기간 합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의외로 이 과정 자체가 도움이 되는 것은, 이것을 통해 우리 조직에 필요없는 직무, 필요한 데 현재 없는 직무에 대해 기능 단위로 정리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를 채용해야 하며 누구를 전환해야 하는지도 답이 나오는 것이지요.
대표는 생각보다 경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피드백의 개념에 대해 알고 있었고, 스스로 성장하는 학습조직의 문화를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습의 방법입니다. 이미 스타트업때부터 자가 학습의 방법이 암묵적으로 정리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먼저 우리 조직이 짧은 시간동안 여기까지 발전했던 것을 먼저 정리하고, 과정에서 어떤 학습 문화가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항상, 스타트업 기업의 주의점은 중견기업이나 글로벌 대기업의 모양을 흉내내면서 본질을 잃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스스로 만든 좋은 가치를 독창적으로 살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좋은 피드백은 피드백을 하는지도 모른채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판을 깔고 무대를 만들고 장을 만들어서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피드백이 아닌 보고회가 되는 것입니다. 조직원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본인의 계획과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해본 다음, 다시 그것을 했던 소감을 이야기 하는 것.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자기 정리가 되고 자연스러운 질문과 대답이 이루어지는, 그런 거. 그냥 하루 떼어서 노는 것과 피드백은 다릅니다. 사전에 좋은 아젠더를 공유하고, 피드백에 대한 나름의 룰을 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드백 문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인재는 내치고 들들 볶는 게 아니라 어떻게 방법을 바꾸어 따라오게 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합니다.
늦은 저녁까지 대표와 한 시간 반을 대화하고 나서 든 생각은, 현재의 회사는 몇 명의 개발자와 영업인력의 힘으로 전체를 끌고가는 것 같았습니다. 대표의 답답함은 여기서 나왔을 것 같습니다.
"싸울 전선은 넓어지고 있는데, 내가 다 챙길 수는 없고, 조직 스스로 성장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일까?"
조직이란 결국, 혼자 할 일을 여럿이 나누어 더 높은 시너지를 내는 것. 월급쟁이이지만 월급쟁이가 아닌 모티베이션을 갖게 하는 것이겠죠. 이것은 인사체계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고, 적절한 보상과 조직문화가 함께 만들어가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되어야 하는 내용입니다. 직원을 급여받는 사람 수준으로 대하면 직원의 마인드도 더 크기 힘듭니다. 진정한 내 식구, 내 가족으로 생각하고 처우를 대하고 개발에 집중을 하려면 이런 조직 경영을 맡는 사람에게 많은 권한을 주어 이 일을 하게 하면 됩니다. 이것은 조직 외부와의 전략적인 고민보다는 조직 내부에서 가꾸어 온, 아무도 모르는 사이 자라버린, '핵심가치'와 관련된 일입니다. 고객에게 전하는 기업의 메세지가 조직 내 구성원들에게도 같은 형용사로 다가설 수 있는가. 조직 내부와 외부의 메세지의 괴리가 없는가 하는 것이죠. 직원들과의 면담, 그동안의 성장을 리뷰하여 핵심 가치를 찾고 고객과 협력사에 전하는 메세지와 직원들이 느끼는 메세지의 차이. 거기서 나오는 업, 직무, 조직, 처우의 재조직.
개발을 넘어서 이미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대표라면 곧 길을 찾아 걸어갈 것 같았습니다.
작가의 다른 콘텐츠